매일신문

중간선거 우위 노린 美 연방 하원 의석수 조정…"너도 하면 나도 한다!"

공화당 다수 텍사스, 하원 5석 확대 추진
민주당 의원 주 밖으로… 의결정족수 미달
텍사스 주지사 "체포 경고… 해임도 불사"
캘리포니아·뉴욕 주지사 "맞불 대응" 선언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주의사당에서 더스틴 버로스 텍사스 하원의장이 연방 하원 선거구 재조정 의결정족수 무산의 책임을 물어 민주당 의원들에게 민사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주의사당에서 더스틴 버로스 텍사스 하원의장이 연방 하원 선거구 재조정 의결정족수 무산의 책임을 물어 민주당 의원들에게 민사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늘리려 하자 민주당이 극렬히 반발하는 등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텍사스주에서는 5석의 연방 하원 의석을 늘리는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텍사스주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시카고, 뉴욕 등으로 아예 나가버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공화당, 중간선거 우위 노린 꼼수

갈등의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었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을 지역 공화당 의원들에게 요구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중순 나온 뒤 최근 그런 움직임이 현실화된 탓이다. 2026년 중간선거 전에 공화당 성향의 연방 하원 의석을 5석 늘리겠다는 속셈으로 읽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촉구에 응답한 건 텍사스주였다. 공화당은 텍사스의 연방 하원 38석 중 25석을 보유하고 있다. 5석을 추가해 다수 의석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근소한 다수 의석을 지키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의회에서 선거구 재조정 의결을 거쳐야 한다.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주지사 관저 앞에서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주지사 관저 앞에서 'Come and take it(갖고 가 보라)'이라 쓰인 팻말을 든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런데 그렉 애벗 주지사가 밀어붙인 선거구 재조정안 처리는 일단 보류된 상태다. 텍사스 주의회에서 의결정족수는 3분의 2 이상의 출석이다. 전체 150명(공화당 88명, 민주당 62명) 중 최소 100명이 출석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불출석으로 맞섰다. 시카고, 뉴욕 등 주 바깥으로 아예 나가버린 것이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출석 확인 결과 56명이 주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런 행동은 전력이 있다. 2021년에도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안 표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주의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돌아온 뒤 표결이 이뤄져 조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주의회는 이후 의회 표결에 불출석한 의원에게 하루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공화당의 선거구 재조정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애벗 주지사는 선거구 재조정을 두고 "그저 선을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리를 비운 의원들을 해임하겠다고 위협하며 주 경찰에 이들의 소재를 파악해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주 외부에 있는 의원들은 주 당국의 관할권 밖에 있어 사실상 체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의사당에서 더스틴 버로스 하원의장이 특별회기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의사당에서 더스틴 버로스 하원의장이 특별회기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민주당, 선거구 조정 맞불 전략

선거구 재조정 움직임은 텍사스주 정쟁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하이오주의 공화당도 선거구 지도를 다시 그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주들도 이 구도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도 맞불을 놓을 기세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자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획정이라는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공화당이 텍사스주에서 계획을 실행할 경우 자신들이 장악한 주에서 새로운 선거구 지도를 작성하는 식으로 맞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입법 선거위원회는 민주당 주 의원들에게 자당이 장악한 주의 선거구를 재획정할 준비를 하라고 촉구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새 선거구 지도가 텍사스가 새 지도를 승인할 경우에만 발효되는 '트리거 조항'을 포함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도 텍사스에서 온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현대판 마차 강도 같은 방식으로 법을 어기는 카우보이들 무리에 의해 민주주의가 도난당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은 불로 싸워야 한다(Fight fire with fire)"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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