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함께]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팔려가 폭행당한 장애인 남성…몸값 수백만원 치르고 귀국

가족이 송금하기 전까지 현지서 로맨스스캠·보이스피싱 등 범죄 강요받아

경찰
경찰

지난 7월 실종 접수된 한 지적장애인이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붙잡혀 몸값을 받기 전까지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 중구에 사는 지적장애 3급 박모(30) 씨는 지난달 16일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그로부터 4일 전인 12일, 모르는 번호로 박 씨가 사채업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을 전송받았던 가족들은 경찰에 박 씨를 실종 신고했다.

가족들은 경찰을 통해 박 씨가 지난달 19일 캄보디아로 출국했음을 알게 됐다. 이들은 ▷차용증 글씨가 박 씨의 것이 아닌 점 ▷박 씨가 당시 전화 통화로 "돈을 빌린 적 없다"고 말한 점 등을 토대로 박 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게임장 매니저의 꾐에 빠져 해외 범죄 조직에 연루돼 출국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박 씨 가족에게 성인이 자신의 의지로 해외로 출국한 것이기 때문에 박 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출국 사실만 확인해줄 수 있다고 했다. 이후 경찰은 캄보디아 대사관에 박 씨의 실종 관련 공문을 보냈으나 성과는 없었다. 박 씨 가족은 대사관을 통해 박 씨가 범죄 조직에 연루된 취업 사기에 당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가족은 지난달 30일 전화와 텔레그램으로 박 씨의 '몸값' 요구를 받게 됐다. 약 2주간 실종 상태였던 박 씨 소식도 함께 듣게 됐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박 씨를 구금하고 있었고, 그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금액으로 가족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한 것이다.

가족은 범죄 조직에게 약 수백만원을 지불한 뒤인 지난 2일 박 씨를 공항에서 데려올 수 있었다. 박 씨는 그동안 머리가 찢어지고 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하며 범죄 조직 측에 납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귀국한 박 씨는 가족들에게 게임장 매니저가 '이체에 따른 수수료를 주겠다'는 말을 해서 은행 계좌와 휴대전화를 대여해줬고, 그에게 '캄보디아에서 2주간 놀다 오라'는 말을 듣고 비용을 지원받아 캄보디아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씨는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범죄 조직으로 끌려가 6개월 동안 연애 감정을 악용한 신종 금융사기인 일명 '로맨스스캠' 일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이를 박 씨가 거부하자 조직은 그를 다른 조직으로 넘겼다. 박 씨는 두 번째 조직에서 약 10일 간 구금당하며 보이스피싱 일을 강요받은 뒤 가족들이 돈을 보내기 전까지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 가족은 지난 4일 경찰에 해당 사건을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건을 다각도로 보고 수사 중이며 사안에 따라 대구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할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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