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포항 죽도시장 모처럼 '활력'…소비쿠폰 발급 전후 어떻게 달라졌나

포항에 풀린 900억원 상당 쿠폰 중 다수 전통시장에 쓰여…죽도시장 횟집 중 매출 50% 뛴 곳도

지난 6일 오후 포항시 죽도시장 어시장에서 시민들이 해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고 있다. 배형욱 기자
지난 6일 오후 포항시 죽도시장 어시장에서 시민들이 해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고 있다. 배형욱 기자

지난 6일 오후 1시쯤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내 어시장 골목. 횟집에서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대 앞 상인에게 내밀자 상인들은 눈웃음을 지으며 카드 단말기에 꽂아 넣었다.

결제를 마친 시민들은 카드와 영수증을 다시 손에 들고 우르르 가게를 빠져나와 맞은편 골목으로 향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반찬, 과일, 생필품 등을 구매했다. 날씨는 무더워 땀이 뻘뻘 났지만 돈을 버는 재미, 쓰는 재미에 상인과 시민들은 즐거워 보였다.

시민들의 손에 들려있는 카드는 포항사랑카드였다. 원래 이 카드는 지역화폐인 포항사랑상품권을 체크카드처럼 쓸 수 있는 용도인데, 최근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도 이 카드로 쓸 수 있다. 정부의 쿠폰 발급 취지대로 지역 전통시장 또는 영세 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전 국민에게 1차 소비쿠폰이 풀리고 나서 6일 현재까지 포항시민 약 50만명의 94.5%가 소비쿠폰을 포항사랑카드로 받았다. 1인당 18만원 상당의 쿠폰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900억원가량이 된다. 2차(전 국민 90%에게 1인당 10만원) 소비쿠폰은 오는 9월 중순 이후 지급되며 포항에 풀리는 금액은 400억원 상당이 될 전망이다.

시민 김성령(51) 씨는 "최근까지 시장에 장 보러 나오기가 무서울 정도로 경기가 안 좋았는데 이번에 소비쿠폰이 지급돼 가계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며 "한동안 못했던 외식도 하고 그릇이나 반찬 등도 구매할 생각으로 시장을 방문했다. 최대한 아껴 쓴다고 했지만 벌써 바닥이 보여 아쉽다"고 했다.

죽도시장 상인들은 소비쿠폰이 발급된 뒤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박순복 죽도수산시장상인회장은 "휴가철에 더해 소비쿠폰이 풀린 덕분에 횟집들의 매출이 많게는 50%까지 오른 곳도 있다"며 "지역 경로당 등에서도 카드로 물회를 배달주문하는 곳도 있고, 쿠폰이 풀리기 전에 비해 민생 경기가 좋아졌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현금만 받던 노점 상인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일부 노점 상인들은 이번 특수에 동참하려고 카드 단말기를 만들었다. 시장 곳곳에서 이들이 단말기를 손에 들고 손님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장면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한 노점 상인은 "수수료 때문에 그동안 카드를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단말기를 갖고 있어야 상품을 팔 수 있어 부득이 마련했다"고 했다.

포항시는 소비쿠폰이 죽도시장, 큰 동해시장 등 전통시장에서 용도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전통시장 담당자는 "시장 상가번영회 등 상인들이 소비쿠폰이 풀린 뒤 매출이 올랐다고 좋아한다. 쿠폰이 목적에 맞게 잘 쓰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소비쿠폰 사용이 종료되면 정확한 사용처 집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쿠폰 사용 종료 후에도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들의 경기가 계속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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