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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대비 '포항 영일만항 극동·에너지 전문 항만 육성해야'

환동해 청정에너지·북극권 자원 공동개발·극지 특수선박 부품 등 가능성 무한
국내 해양 전문가들 "단순 화물 항만 넘어 '극지 특화항만' 준비해야"

포항 영일만항 앞 바다. 매일신문 DB
포항 영일만항 앞 바다. 매일신문 DB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해양 전문가들이 포항 영일만항에 대한 국가 재정투자와 항만 확장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북극항로는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빙하가 줄어들어 북극해를 관통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처럼 지구를 동-서로 잇는 것이 아닌 남-북으로 잇는 항로를 말한다. 아시아-유럽을 기준으로 기존 항로보다 항해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까닭에 수억 원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꿈의 항로라 불린다.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포항시 청사에서 북극항로 개발사업에 대응하기 위한 '포항 영일만항, 북극항로 대응 회의'를 개최했다.

북극항로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국내 항만인 포항 영일만항의 역할을 재정비하고 산적해 있는 선결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회의에는 김율성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서현교 극지연구소 박사, 최수범 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경북연구원, 포스텍과 한동대 관계자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열띤 토론을 나눴다.

먼저 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이 현재 북극항로 전문항만으로서의 중요도에 비해 활용도가 낮은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2009년 지어진 영일만항은 처음부터 북극항로 전진기지로서 설계된 항만이다. 북극항로가 본격화되면 부산항보다 유럽까지의 항해 거리를 최소 1천㎞에서 최대 7천㎞가량 단축할 수 있다.

특히, 배후에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제조업 기반이 자리 잡고 있어 원자재 수입과 철강 수출에서 물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영일만항의 국내 화물 처리량(해양수산부 해운항만물류정보센터 자료)은 2023년 기준 수출입 물동량 합계가 5만888TEU(Twenty-foot Equivalent Unit·컨테이너 단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8년 11만6천148TEU에서 매년 꾸준히 감소 추세를 기록 중이다. 이는 대구경북 화물이 여전히 부산항과 광양항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경북의 대중국 수출입 물량은 수출 4억3천802만㎏·수입 9억8천810만㎏에 달했지만, 영일만항을 통한 물동량은 수출 2만6천352㎏·수입 6천334만7천48㎏에 그쳤다.

이러한 물동량 유치 부진은 항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경제 상황상 당장 물동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이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 화물 항만을 넘어 '특화 항만'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 대륙 내 컨테이너 노선 확대 ▷북극항로 연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친환경·탄소중립 항만 인프라 도입 ▷크루즈 및 해양레저 산업과의 연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환동해 청정에너지 복합항만 ▷북극권 자원 공동개발 전진기지 ▷극지해양 운항 선박 재료 특화 ▷북극권 해양탐사 단지 조성 ▷포스텍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한 북극해운정보센터 설립 등 '포항 영일만항 북극항로' 추진 전략에 국가 재정투자가 필수임을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최영숙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앞으로 동해안 시대를 열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5만불 시대를 달성할 수 없다. 그 중심에 북극항로와 포항 영일만항이 있는 것"이라며 "국제 패권 달성을 위해서라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경북이 북극항로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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