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동순찰대 실적 절반이 기초질서단속…폐지론 솔솔

대구 기동순찰대 '기초질서단속' 전체 실적 중 44%
경찰청, 인력 소폭 감축 하지만 현행 유지 가닥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1일 오후 대전서부경찰서를 방문해 관계성 범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1일 오후 대전서부경찰서를 방문해 관계성 범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묻지마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 대응을 위해 출범한 경찰 기동순찰대(이하 기순대)의 실적 절반 가까이가 무단횡단, 음주운전 등 '기초질서 단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흉악범죄를 막겠다는 기순대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데다 일선 경찰들의 인력난만 악화됐다며 경찰 안팎으로 폐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18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기순대 실적은 지난해 2월 출범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6천520건이다. 유형별로는 '기초질서단속(통고처분)'이 2천849건으로 전체 실적에서 4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가로등이나 중앙분리대 등 시설물을 보수하거나 범죄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취약요소발굴·개선'이 뒤를 이었다. 흉악범죄를 막겠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경범죄 적발 등 취지와 거리가 먼 실적이 대부분이다.

반면 기순대 출범 취지와 맞닿는 형사범 검거는 652건(10%), 수배자 검거도 1천168건(18%)에 그쳤다.

경찰에 따르면 기순대는 경찰관 8, 9명이 한 팀을 이뤄 우범지역에서 도보 위주의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12개 팀, 모두 86명의 대원이 기순대에서 근무 중으로 전국 시·도청 직속으로 활동 중인 기순대는 330개 팀에 달한다.

기순대는 2014년 한차례 운영됐지만 지구대·파출소와 역할이 겹치고, 강력범죄 예방에도 효과가 없다는 비판 속에 폐지됐다가 지난 2023년 '최원종 서현역 흉기 난동'과 같은 흉악 범죄가 잇따르면서 지난해 2월 다시 부활했지만 폐지 당시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경찰 내부에선 기순대 재출범 이후 일선 지구대·파출소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원 없이 기순대 조직을 신설하면서 일선 지역 경찰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112 신고 대응도 어려워져 치안 공백이 생긴다는 논리다. 이달 6일에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주최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순대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순대는 의도대로 치안 성과를 내기 보다는 현직 경찰관들 사이에서 '편한 보직'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기순대를 폐지하고 현장 중심의 치안 시스템을 견고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본청에서 기순대 규모를 전국 각 팀당 1명씩 감축하기로 했지만, 폐지로 가닥을 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실적엔 반영되지 않았지만, 기순대 활동이 강력범죄 예방 효과는 있다. 향후 시대 흐름에 맞는 임무를 부여해 더 활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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