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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일 앞둔 李 대통령…'위안부·경제·북핵' 질의응답 보니

요미우리 인터뷰서 강제징용·위안부 언급 "진심 어린 사과 필요…배상보다 감정의 문제"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해원(解怨)'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거사 문제에 있어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위로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편으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고 이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실용외교 원칙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일본 방문을 앞두고 19일 진행된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일본 방문 경험부터 한일 외교, 북핵 문제, 한미일 협력, 한중 관계 등 광범위한 외교 현안에 대해 상세한 입장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경험에 대해 "변호사 시절 업무와 여행 목적으로 여러 차례 일본을 찾은 바 있다"며 "밝고 친절한 일본 국민의 태도와 겸손함, 근면함, 장인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질서정연한 도시 환경과 자연 풍광도 기억에 남는다"며 일본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전했다.

한일 외교 방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국정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의 삶이고, 외교 정책도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우리 정부의 기본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간에는 대립과 협력, 공존이 동시에 존재하며, 서로 유익한 지점을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대표적 과거사 현안에 대해 "경제적 손해를 넘어 감정의 문제"라고 규정하며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 간 관계에서 신뢰와 정책 일관성은 중요한 원칙"이라며 "이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피해자와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지속 가능한 외교적 해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는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라는 과거 정부의 입장에 변함은 없다"면서도 "해당 합의가 국민적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했고 피해자들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점은 명백한 한계"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적 의미와 함께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기본 정신을 함께 존중해야 한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는 상대의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의 개인적 관계와 외교 일정도 언급했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통화한 외국 정상이 이시바 총리였고, G7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가졌다"며 "첫 양자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도 이웃으로서의 상징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와는 다른, 상생 가능한 한일 관계로의 대전환을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대해 "한일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 선언"이라고 평가하며 "이 정신을 계승하되, 이를 넘어서는 협력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공조와 관련해서는 "국제정세가 엄중한 만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한일 간 안보 협력을 심화하고, 한미일 공조를 지속 강화해 나가는 것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 관리 역시 중요하며, 한미·한일·한미일 협력은 이를 위한 튼튼한 토대"라고 평가했다.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 경제·통상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일 간 공조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기존의 협력 수준을 넘는 획기적인 협력 모델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국 간 경제협력기구 설립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 번영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문을 열고 대화와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구상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언급하며 "미국, 러시아, 북한, 한국,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공동의 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 방향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1단계는 핵과 미사일의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완전한 폐기"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며 남북 간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됐던 한중관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며 "한중 관계에는 경쟁과 협력, 대립이라는 복합적 요소가 공존하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일본으로부터 배운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일하는 과정을 다룬 역사소설 '대망'을 통해 일본 사회를 이해하게 됐다"며 "그의 인내심과 정치적 결단력은 본받을 만하다"고 했다.

또 "오부치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과 한일 공동선언을 이끌어내 관계 개선에 기여한 점도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존중, 공동체에 대한 헌신 등 일본의 문화에서도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화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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