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마을 '식품 사막화' 막는다…의성군, 이동장터 '차로온데이' 운영

초고령화·교통 불편…장보기 어려운 농촌 주민 편의 강화
경북에서 처음 도입…25일 점곡면 시범 운영 개시

의성군이 오는 25일부터 경북에서 처음으로 농촌 이동 장터인
의성군이 오는 25일부터 경북에서 처음으로 농촌 이동 장터인 '행복 가득 차로온데이' 운영을 시작한다. 이동식 차량은 고령층이 대부분이고 교통이 불편한 농촌 마을을 다니며 식료품을 배달하거나 물건을 판매한다. 의성군 제공.

의성군 점곡면에 사는 김재숙(93) 씨에게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구순을 넘은 나이에 거동이 어렵고 교통도 불편해 소비 쿠폰을 쓸 기회가 거의 없어서다.

장을 보려면 면소재지까지 가야하지만, 하루 몇차례 오가는 시내버스 운행 시간을 맞추기는 더욱 어렵다.

끼니는 한달에 2, 3번 딸이 가져오는 반찬이나 의성시니어클럽에서 보내주는 밑반찬으로 해결한다.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자녀에게 부탁하거나 그저 불편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

김 씨는 "동네를 벗어나는 것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운데 소비쿠폰은 왜 주는지 모르겠다"면서 "전화로 물건을 주문하고 누군가 가져다준다면 정말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불편은 이달 25일부터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의성군이 경북에서 처음으로 초고령화와 취약한 교통 접근성으로 식료품난을 겪는 농촌 마을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개선할 이동장터 운영을 시작한다.

의성군은 오는 25일 점곡면 내 19개 마을을 대상으로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시범 운영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는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취약한 교통 접근성 등으로 농촌 지역 주민들이 생필품이나 식료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식품 사막화' 문제에 대응하고자 도입됐다.

지역 농협이나 사회적 기업 등 지역공동체와 협력해 각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차량으로 배달하거나 판매하는 게 골자다.

의성군은 점곡면 내 19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2차례 이동장터인 '행복가득, 차로온데이'를 운행할 계획이다.

점곡면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4년 기준 54%에 이를 정도로 초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이 새의성농협에 전화로 물건을 주문하면 이동식 차량으로 배달해주고, 차량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업비 8천만원을 들여 개조한 이동 차량에는 냉장·냉동시설을 갖춰 신선식품이나 냉동식품도 취급할 수 있도록 했고,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고를 수 있도록 진열대도 설치했다.

의성군은 시범 사업 기간동안 주민들의 수요가 높을 경우 인접한 단촌면이나 옥산면으로 운영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이동장터는 농촌의 식품 사각지대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주민 편의를 크게 높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식품사막 해소와 함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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