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 이제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김중진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김중진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김중진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소나무재선충병은 우리 산림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병해충이다. 감염된 소나무는 불과 1년 만에 고사하고, 확산 속도도 매우 빠르다. 지난 20년간 약 1조 5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피해 확산을 막지 못했고, 정책 성과도 미흡하다. 지금처럼 기존 방식에 매달린다면 향후 10년 안에 우리 산림의 상당 부분이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제는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재선충 방제 여부는 경제성에 기초해야 한다. 피해 비용이 방제 비용보다 크다면 반드시 방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방제하느냐에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지속 가능성과 환경적 안전성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산림청은 2005년 특별법 제정 이후 줄곧 고독성 화학 방제에 의존해왔다. 단가는 저렴하고 단기 성과를 홍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피해 확산을 막지 못했고 숲의 지속 가능성도 지켜내지 못했다. 결국 소나무를 포기하고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해결책이 아니라 숲의 정체성을 버리는 정책일 뿐이다.

제주도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산림청은 제주도를 방제 성공 사례로 포장하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 고사목을 발견 즉시 베어내는 방식은 공식 지침에도 없는 편법으로, 보여주기식 효과만 있을 뿐 실질적 방제 효과는 거의 없다. 숲의 건강과 장기 회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정책의 신뢰성만 떨어뜨린다.

고독성 화학 방제의 부작용은 이미 심각하다. 토양과 수질 오염, 꿀벌과 곤충류 감소, 생태계 교란이 나타나고 있으며, 농약 잔류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도 우려된다. 더 나아가 탄소흡수와 수자원 보전, 휴양·경관 기능까지 약화시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잃게 만든다. 결국 숲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방제가 오히려 숲을 파괴하는 모순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일본은 곤충 천적과 친환경 약제를 활용하는 다각적 방제를 도입했고, 중국도 지역별 특성에 맞춘 친환경 방제로 피해 확산을 줄여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화학 방제에 집착하며 세계적 흐름에 뒤처져 있다. 산림은 목재 자원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의 핵심 기반이며, 소나무 숲은 민족의 문화와 역사적 정체성까지 담고 있다. 재선충 방제는 단순한 병해충 관리가 아니라 국가 자산과 국민 정체성을 지켜내는 문제다.

특히 섬과 격리된 지역에서 친환경 방제를 적용했을 때 숲이 스스로 회복하며 자연천이가 유도되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이는 장기적으로 관리 비용을 줄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이다. 민간·학계·연구기관에서 성과를 거둔 친환경 기술을 국가 정책으로 확대 적용하면 방제 효과를 높이고 환경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첫째, 효과 없는 고독성 화학 방제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둘째, 소나무를 포기하는 수종 갱신 정책도 폐기해야 한다.

셋째, 친환경 방제를 국가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

넷째, 자연 회복력이 확인된 지역은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해야 한다.

지난 20년간의 방제 정책은 숲도, 예산도 지켜내지 못했다. 보여주기식 방제와 단기 성과 중심 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 신임 산림청장은 이제라도 근본적인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 세금을 지키는 길이며, 후손에게 건강한 숲을 물려줄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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