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수 재건의 길(中)] 정체성 확고히, 정책경쟁력 높이고 지방선거 체제로 가야

과거 보수정당 전성기에서는' 의제 선점', '당내 민주화' 작동했던 것 기억해야
여의도연구원 개혁 문제 이제는 고질병 돼… 정책연구 기능 획기적 강화 필요
갈등과 분열 극복하고 '통합의 정치'로 가야, 지선체제로 조기 전환 필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정당의 전례 없는 위기 속 새로 출범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보수재건'이라는 어렵고도 무거운 사명을 받아들었다. 보수정당의 무너진 정체성과 경쟁력을 되찾고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국을 반전시킬 계기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충고들이 나온다.

◆혁신으로 만든 기반, 연속 탄핵에 정체성 위기까지

장기간 보수 정치권을 가까이서 관찰해 온 이들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과거 보수정당의 전성기를 되돌아봄으로써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것을 조언한다.

15·16대 대선에서 연속으로 패배한 보수정당은 이후 이명박, 박근혜 2명의 대통령을 연속 배출하며 전성기에 들어섰다.

이들은 보수의 특기인 경제 성장 담론에서 앞서며 국민적 지지를 확보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경제성장률 7% 등을 골자로 하는 '747 공약'과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경제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도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과 맞닿은 의제를 선점하며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보수는 이 시기 정당 민주화에 있어서도 진일보 했다.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를 지내던 때 당권·대권 분리를 당헌 개정으로 확정했고, 당을 '시스템 정당'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당을 혁신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나올 공간이 있었고, '남원정', '민본21'등 소장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민심을 효과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이런 시스템과 당내 생태계가 점차 무너지면서부터 국민의힘과 그 전신인 보수정당은 최근 세차례 총선에서 연패했으며 지난 대선에서는 8%포인트(p) 이상의 격차로 민주당에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국민의힘 출신 한 전직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라는 시스템이 깨지면서 당이 퇴행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에서도 무기력하게 패배한 것"이라며 "당이 상대적으로 잘 나가던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면서 치열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책과 실력으로 무장한 강한 야당, 기본으로 돌아가야

정책 역량에 있어서도 통렬한 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개혁은 여러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으면서 이제는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여의도연구원의 정책 개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에도 강하게 제기됐으나 유의미한 개선 노력이 없었고,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문제를 노출했다.

지난해 총선 직후 여의도연구원 노조는 연구원 정상화가 필요하다면서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연구원 행정인력이 정책인력보다 많고, 정책실 인원 중 박사 학위 소지자는 1명 뿐이고, 이마저 경제 전공자는 없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의 싱크탱크라고 얘기하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여의도연구원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연구자 출신의 수장이 비교적 장기적 안목으로 이끌던 초기와 달리 2008년 이후로는 3선급 국회의원이 맡게된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여의도연구소장이 당직의 하나이자 선출직에 활용한 이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잦은 비대위 체제로 당내 리더십이 수시로 바뀌는 동안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국내 정당 최초 정책연구소로 출범해 10여년 간 황금기를 구가하던 여의도연구원은 현재 민주당의 민주연구원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과 실력으로 무장한 야당이 되려면 여의도연구원에 대한 개혁작업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야권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과의 정책 경쟁에서 앞서나가지 못했다. 돌이켜봐도 유권자들이 기억할 만한 공약을 내놓은 게 없을 정도고, 반(反) 이재명 공세에만 골몰했을 뿐 당이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의도연구원이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연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정책연구에 대한 재정지원 역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년 지방선거가 시험대...장동혁호, 무거운 어깨

새 지도부는 정권 중간평가 성격의 내년 지방선거에도 발빠르게 대비해야 한다. 당내 각종 난맥상을 정리하고 인재 발굴까지 해야 한다는 점에서 준비할 시간이 빠듯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수습해 전열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가장 큰 화두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 및 탄핵에 대한 입장이었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면서 과거의 계파갈등과는 그 수준이 다른 분열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동시에 '반탄' 진영의 새 대표가 선출됐다고 해서 강성파 당심에 매몰될 경우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내 계엄이나 탄핵을 둘러싼 견해 차가 너무나도 크다"면서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외연확장을 해도 이길 수 있을까 말까인데, 분열은 공멸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지율이 열세인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이를 극복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발굴하는 것도 시급하다. 상대적으로 리더십이 안정화된 민주당이 지방선거 준비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도 최대한 빨리 '지선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야권 한 관계자는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정치력"이라면서 "공천 일정을 당기는 것도 경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일찍 수습하고 선거에서 100% 당력을 발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