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은 숙련기술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기술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법정 기념일, '숙련기술인의 날'이다. 2023년 제정돼 올해로 3주년을 맞는 기념식에서는 숙련기술 유공자 포상, 관련 기술 시연, 대한민국 명장 선정, 축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은 부족하지만, 숙련기술인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글로벌 교역 규모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들의 노고가 최근에서야 법정 기념일 지정으로 이어진 점은 다소 아쉽지만, 정부는 그간 '숙련기술장려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대한민국 명장 선정, 사회적 인식 개선 등 다양한 장려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숙련기술인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시기만 해도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은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들이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장면이 TV 뉴스를 장식하며 온 국민의 자부심을 높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 지금, 숙련기술은 낡고 미래 비전이 부족한 분야로 치부되기도 한다.
과연 그러한 평가는 타당할까? 눈부시게 발전하는 AI 기술이 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초기의 예측은 단순 노무직의 대체에 집중됐지만, 최근의 분석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오히려 회계, 세무, 법무, 의료 서비스, 프로그래밍 등 전문 분야가 우선적인 AI 대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반면, 배관공, 전기 기술자, 건설 노동자처럼 정교한 수작업과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하는 직종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이는 숙련기술의 가치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건재할 것임을 시사한다. 심지어 AI 개발 회사마저 인력을 감축하고 AI를 활용한다는 소식은 예상치 못한 'AI의 역설'을 보여준다.
숙련기술의 가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27.6%로, OECD 회원국 평균(15.8%)을 크게 웃돈다. 이는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알려진 독일(20.1%)과 일본(20.7%)마저 상당한 차이로 앞서는 수치이며, 우리보다 비중이 높은 국가는 아일랜드(31.0%)가 유일하다. 한편, 제조업 비중이 16% 내외인 미국은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등을 통해 제조업 기반 복원과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숙련기술에 대한 인식 부족, 중소기업 기피 현상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47.2% 수준이며, 복리후생비는 34%(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OECD 역시 '2022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지나친 생산성 격차를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중소기업 재직자의 숙련도 향상을 핵심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기업의 숙련기술 향상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직업능력개발 훈련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해 자체적인 직업훈련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HRD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주 훈련이나 일학습병행 사업 등 기업 여건에 맞는 훈련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인 만큼, 많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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