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수도권 부동산 폭등 우려와 가계대출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0월부터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즉 금리 인하로 선회(旋回)한 까닭은 0%대 경제성장률 때문이었다. 내수 침체와 건설업 부진에다 관세 전쟁이 촉발한 수출 감소 우려 탓에 제조업마저 위축되자 성장률 전망치 달성조차 불확실해졌다. 그런데도 7, 8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금융시장 불안이 점차 커져서다. 2.0%포인트(p)로 역대 최대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隔差)도 이유다. 45조6천억원 규모의 2차례 추경과 소비쿠폰 발행으로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된 점도 인하 압박을 덜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동결로 시간을 벌었을 뿐 10월엔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올렸는데, 소비 회복 효과와 미국 관세 협상 결과 등을 반영한 미세 조정일 뿐이다. 0%대 저조한 성장률을 탈피(脫皮)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 내년엔 완만한 반등을 기대하며 성장률 전망치 1.6%를 유지했는데, 2% 아래로 떨어진 잠재성장률로는 쉽잖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밝혔듯 관세 협상 재촉발, 노사 갈등 확산, 수출 불안, 석유화학 등 제조업 구조조정 등 경기 위축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성장률 제고(提高)를 장담하며 야심 차게 추진한 추경과 소비쿠폰도 휘발성 효과에 그쳤다.
적자성 국채도 큰 짐이다. 올해 국고채 이자 지출만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인데, 확장 재정을 위해 국채 발행은 늘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때 발행한 대규모 국채의 만기(滿期)도 돌아온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경기 부양 기대감이 커져 해당 국가의 국채 금리 인하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법칙처럼 통하는 공식은 아니다. 국채 발행이 늘면 금리는 오른다. 주요국조차 대규모 재정 적자로 국채 금리 급등과 신용등급 하향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한국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충격은 기축통화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화폐를 필두로 한 탈중앙화(脫中央化) 움직임마저 거세지면서 중앙은행의 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ks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李 대통령 지지율 70% 육박…'여론조사꽃' 조사결과
'700조 선물 외교'에도 뒤통수 친 미국, 혈맹 맞나
대통령실 결단에 달린 'TK신공항 자금난'…대구시 '新 자금 계획' 예고
트럼프 "한국 배터리·조선 인력 불러들여 미국인 훈련시켜야"
나경원·한동훈 "손현보 목사 구속 지나쳐, 종교 탄압 위험 수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