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전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의 당사자 최말자(79) 씨가 재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0일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중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 씨 사건 재심 선고기일에서 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성폭행 피해자인 최 씨가 정당방위가 아닌 중상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부산지법에서 60년 만에 뒤바뀐 선고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날 선고에서 재판부는 "중상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정당방위가 인정이 된다"고 밝혔다. 앞선 결심공판에서는 검찰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정당방위"라며 "최 씨에게 무죄를 구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공판검사는 최 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1964년 5월 6일 당시 18세였던 최 씨는 자신에게 강제 키스를 시도한 노 모(당시 21세) 씨의 혀를 깨물어 1.5cm 정도를 절단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됐다.
최 씨는 이후 약 6개월간 옥살이를 했고, 이듬해 1월 부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노 씨에겐 최 씨보다 더 가벼운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강간미수가 아닌 특수 주거침입·특수협박죄를 적용해 노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노 씨는 현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씨는 사건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반세기 전 사건을 성차별 인식과 가치관이 변화된 지금의 잣대로 판단해 단정하기 어렵다"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 씨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했고, 올해 2월부터 최 씨 재심 절차가 시작됐다.
그동안 최 씨 사건은 형법학 교과서 등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로 기록됐다.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해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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