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종교인은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본질은 같다.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하는 것, 그것이 곧 존재의 이유이자 사명이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종교인은 설교와 기도를 통해 자신이 믿는 바를 전한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이 분명한 자유가 언제든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발언 하나, 문장 하나가 억압의 이유가 된다면 예술도 신앙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은 언제나 목소리를 두려워했다. 러시아의 예술가들은 침묵을 강요받으면서도 저항의 언어를 새겨 넣었다.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 속에 암호 같은 진실을 숨겼고, 파스테르나크는 '닥터 지바고' 한 권으로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막으려 한 목소리는 오히려 더 멀리 퍼져나갔다. 침묵을 강요할수록 예술은 더 큰 울림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작은 언어 하나, 사소한 표현 하나도 죄가 되었다. 교회와 사찰은 폐쇄되고, 성직자들은 '사상범'으로 몰려 투옥됐다. 경전과 성상은 불태워졌고, 신앙과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짓밟혔다. 사회는 메말랐고, 다양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구호만 울려 퍼졌다. 역사는 묻는다. 자유로운 언어와 신앙이 사라질 때 어떤 사회가 남는가.
오늘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최근 한 목사의 설교가 법적 조치의 대상이 되며 구속 수사로 이어졌다. 구속은 본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만 허용되는 강제수단인데, 이번 사안은 실형 가능성이 크지 않은 행위에까지 적용됐다. 교계에서는 "신앙의 자유가 정치적 잣대로 제약받는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표현의 자유가 시험대 위에 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권력은 불편한 목소리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정반대로 흐른다. 법의 이름으로 재갈을 물리고, 제도의 틀로 언어를 좁히는 순간 시민의 자유는 물러선다. 흔들린 자유는 곧 일상 곳곳을 조인다. 예술도, 신앙도, 학문도 숨을 내쉴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자유의 언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검열의 장막을 뚫고 나온 한 줄의 시, 무대 위의 한 음표, 강단에서 전해진 한마디 설교는 역사를 움직여왔다. 표현은 권력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연대다. 예술가와 종교인이 함께 지켜내야 할 것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미래의 숨결이다. 러시아의 음악처럼, 문화대혁명 속 꺼지지 않았던 언어처럼, 자유를 향한 작은 울림은 세월을 넘어 이어진다. 표현의 자유가 살아 있는 한 민주주의도 살아 있으며, 그 울림이 이어질 때 우리 사회는 희망의 선율을 완성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