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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 정권 겨냥해 현 정권이 특별재판부 만드는 것이 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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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위헌 제기를 겨냥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말했다. 대통령은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맘대로 하자는 뜻은 아니다"며 "국회는 직접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았다. 국가 시스템을 설정(設定)하는 건 입법부 권한이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은 '지금 사법부가 맘대로 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사법부 마음대로 판단이란 말인가? 더불어민주당 기대에 어긋나는 판결은 마음대로 판결인가?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들 권한과 의무가 있다. 하지만 특정 사건을 겨냥해 새로운 '특별재판부'를 만들고,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그 재판부가 맡게 된다면 법의 일반성과 공정성(사건 배당 무작위성)을 심각하게 훼손(毁損)하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내란 사건 1·2심 재판을 전담할 특별재판부와 영장 전담 법관은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가 각 3명씩 추천한 인사 9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지난번 3대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 추천에서도 국민의힘은 제외되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런 재판부가 정치적 중립성·객관성을 보증할 수 있나. 민주당은 내란 혐의 사건의 중대성을 이유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정권 사건을 후임 정권 주도로 만든 법에 따라 구성한 재판부가 맡아야 '독립적'이라면 소도 웃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사법국가가 되고 있다.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고 말했다. 정치의 지나친 사법화는 문제다. 하지만 법을 어겨도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사법이 봐주는 현상을 우리는 목도(目睹)하고 있다. 하물며 현(現) 정부·여당 주도로 새로운 재판부를 만들어 전(前) 정권 사건을 재판한다면 누가 그 판결을 신뢰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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