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픽 인터뷰] ㈜ 승원씨앤디 신장호 대표의 안전을 세우는 철학" 대한민국 도로 밑 세상을'TS판넬시스템'으로 안전하게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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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호 대표
신장호 대표

신안산선 터널 공사 현장 사고가 터질 때였다. 한 연극인이 뉴스를 보고는 소주 한 잔을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들이키며 관로공사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털어놨다. "공사 현장 안전관리가 불러일으킨 인재죠." 하며"관로공사 알바인데도 단기 수입으로는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 현장 경험담을 말해주었고,'TS 판넬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로, 주택가, 도심지 관로공사에는 조립식 흙막이 판넬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땅 밑 세상이 궁금해졌다. 교통 체증을 가속하는 대한민국 도로의 빈번한 공사 현장의 불편한 진실이 알고 싶었고 TS판넬 시스템 공법이 궁금해졌다. 공사 현장 판넬 공법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은 국내에 5개 사 정도로 추산된다. TS판넬은 공사 시 토사 붕괴를 막기 위해 외벽 칸막이로 설치된 뒤 재활용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제조업에 비해 매출 규모는 작지만, 수익률은 높다.

㈜승원씨앤디의 신장호 대표는 영문학과 출신으로 영국 글로벌 기업에 입사한 뒤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 사용되는 가시설(임시사용 자재)을 임대하고 판매하면서 관로 정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에 창업한 승원씨앤디는 조립식 간이 흙막이인 판넬의 설계, 생산, 판매, 임대와 시공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생산설비 벨류체인을 구축하면서 관로 정비 판넬 분야에서 자체 국내 브랜드를 개발했다.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 대표의 TS판넬 공법은 땅을 파면서 동시에 레일과 판넬을 눌러(안압 방식) 소음과 진동을 줄이고, 도장 처리를 통해 외관을 보기 좋게 만들어 녹도 방지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안정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사후 관리까지 철저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10년간 연평균 18.7%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2024년에는 매출 140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매출로 보면 작은데, 임대 매출 개념으로 보면 일반 제조업 기준 1,200억 정도의 기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가산디지털단지 역사에서 회사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걸렸다. 본사 분위기는 TS판넬 시스템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핫플레이스 카페 같았다. 대표실 안쪽 통유리로 가산디지털단지가 스마트폰 배경 화면 시그니처 처럼 눈에 들어왔다. 신장호 대표는 ㈜승원씨앤디 창업자보다 캐주얼한 전문경영인으로 보였다. 가산디지털단지 배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공사 현장 판넬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는 못 느꼈다고 말하자 신 대표는 "디지털단지 사무실은 본사 개념입니다. 경영지원본부 등 5개의 부서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장은 충북 제천 제2바이오밸리 산업단지에 5,000평 규모인데, 내년에는 12,000평 규모의 제2공장이 계획 중입니다. 대구와 광주에 지사도 있습니다." 물 한 잔을 마신 뒤 종이 한 장과 볼펜을 꺼내 땅 밑 관로 현장을 그려가며 물었다.

신장호 대표, 김건표 교수
신장호 대표, 김건표 교수

▶조립식 간이 흙막이 TS판넬 시스템, 일반 시민은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는군요.

"정식 명칭은 '조립식 간이 흙막이 판넬'입니다. 'TS 패널'은'Trench Shoring'의 약자인데, 구형 SK판넬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회사가 만든 일반 자재 이름입니다."

▶SK 판넬은 또 뭔가요.

"20여 년 전에는'SK판넬'로 통용됐습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올 때 일본 회사 이니셜이 SK였다는 설이 있습니다.(웃음) SK판넬과 TS판넬의 차이점은 양쪽 판넬을 지지해 주는 버팀 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SK판넬은 버팀대가 많고 고정형인데, TS판넬은 버팀이 하나입니다. 상하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는 비서실에서 들고 온 물 한 잔을 마시고는 말을 이어갔다) 사용자는 공사에 편리한 걸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땅 밑 깊이가 깊어질수록 TS판넬이 안전하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에 많은 시공사가 우리 TS판넬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가격에 비해 안전하고 시공력이 우수하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구형 SK판넬은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원천 기술은요.

"'TS판넬'의 원천 기술은 독일입니다. 관로 공사에 특화된 자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로공사란 관(우수관, 오수관, 열 배관 등) 을 매설하기 위해 터파기, 관매설, 되메우기, 포장과 같은 공사 과정을 말합니다. 터파기하고 관을 매설하기 위해 토사의 무너짐을 방지하려고 양쪽 판넬로 막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도로에 여러 종류의 관들이 매설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TS 판넬시스템'이 관로 공사에 왜 중요합니까?

"관로공사 대부분 관들은 1.5미터 깊이 이하에 위치합니다. 이유는 포장 두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건설안전법에는 깊이 1.5미터 이상 터파기를 진행할 때 꼭 흙막이 자재를 시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인도, 차도, 건물 등의 옆에서 공사할 경우 반드시 흙막이 자재를 시공해야 합니다. 관로 공사는 어느 정도 깊이의 터파기를 해야 해서 대부분 흙막이 가시설을 해야 합니다. 관을 묻고 되메우기를 한 다음에는 다음 공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빠른 연속 시공이 필요하지요. 우리 TS판넬은 빠른 연속 시공을 가능하게 도와줍니다. 안전하게 토사의 슬라이딩을 막아주고 조립과 해체가 쉬워서 빠르게 공사를 완료할 수 있는 겁니다."

▶땅속에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관로 통로들이 연결되어 있군요.

"관로는 인간의 삶과 직결됩니다. 먹고 버리고 사용하는 모든 것이 관을 통하여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상수도, 오수를 버리는 하수관, 비가 오면 천으로 흘려보내는 우수, 난방을 위한 열배관, 전깃줄을 매설하기 위한 전력구, 송유관, 가스관 등 인간이 다니는 모든 길 밑에는 무수한 관로들이 매설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단, 그 크기는 용도마다 다릅니다. 도시 설계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 중 하나가 관로공사입니다. 그래서 상·하수도 공사를 토목공사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도로의 땅속에는 관로들이 매설되어 있다고 보셔도 됩니다."

▶시민들은 자동차 도로를 운전할 때 종종 대한민국이 공사 현장 도로라고 느낄 정도입니다. 간혹 짜증 날 때가 있는데, 관로공사를 많이 해야 하나요?

"관로는 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관 연결 부위 파손이 많이 일어납니다. 도로에는 차들로 인해 활하중이 계속 발생합니다. 시공할 때 아무리 되메우기를 잘했다 해도 토사의 기본 공극률이 하중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관들은 사용 연한이 있어서 일정 기간이 되면 교체 시기가 옵니다. 공사를 전국적으로 한 번에 할 수 없을뿐더러 예산도 문제가 됩니다. 관로 공사는 대부분 정부 발주입니다. 관계 기관에 따라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지역난방공사, 환경관리공단, 한국전력 등 정부 발주 공사가 대부분입니다. 지자체, 지역별로 예산에 따라 공사계획이 나오기 때문에 여기저기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도로를 다 점거하고 공사를 진행할 수 없어서 구간을 나눠서 하는 겁니다."

▶TS판넬의 역할과 도로공사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TS판넬은 임대 형식이기 때문에 설계가 주력 사업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도 많겠군요."

"승원씨앤디가 전체 시장점유율 55~60퍼센트 정도 장악하고 있습니다. 자재 보유량, 종류, 인지도, 매출 규모 등 동종 계통에서는 1위 업체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습니다. 동종업계에서 유일하게 구조검토와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엔지니어 회사(도화엔지니어링)에서도 설계를 의뢰받고 영업력을 키워 매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자재 보유량이 적고, 현실적으로 자재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어서 시공사들은 우리 회사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신장호 대표.
신장호 대표.

▶설계 비중이 높다고 하셨는데.

"설계 비중보다는, ㈜승원씨앤디만 유일하게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토목공사를 설계하면서 관로공사 구간 중 임시시설 구간이 있으면 우리나라 1위부터 100위 사이의 엔지니어링 회사(도화엔지니어링, 건화엔지니어링 등)들이 당사에 구조검토와 설계를 부탁합니다. 우리는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개념이지요. 당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를 얻음으로써 빠른 영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종의 무기와 같은 겁니다. 대부분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감리로 나가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현장에 접근해도 안전성을 가지고 우리 회사는 대응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모방 자재들이기 때문이죠. 우리 회사의 강점이고 다른 기업과는 비교 불가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겁니다."

▶2024년 매출은 140억이 조금 넘었는데, 생각보다 적군요.

"보통 기업매출로 보면 작지만, 임대 매출 개념으로 보면 일반 제조업 기준 1,200억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평균 제조업 순이익은 매출 대비 6% 선입니다. 제조업은 1,200억 정도 매출을 올려야 70억 정도의 순이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유통업은 3%도 안 되고요. 비교한다면, 제조업 1,200억 정도의 기업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순이익이 높으면, 직원 연봉과 복지도 대기업 수준이겠군요.

"부장급 40대 초중반 직원들 연봉이 1억이 넘습니다. 근속 연수도 길지만 회사의 발전과 더불어 나눔의 기치로 매년 연봉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연말 성과급도 있고요. 5년 근속자에게 금 5돈 메달을 주기도 하고, 10년 근속자에게 금 10 돈 황금열쇠를 줍니다. 매년 30만 원 한도 내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자기 계발비 50% 정도를 지원합니다. 직원들 건강을 위해 운동 관련으로 매달 5만 원씩 별도로 지급하고 해외 박람회 기회도 많습니다. 휴가비 지급도 빠짐없이 하니 직원들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요. 번 만큼, 고생한 직원들과 상생하자는 마음이 있는 겁니다."

▶정부 산업훈장을 받을만하군요.

"상(賞)은 건설협회에서 주는 상과 기술 역량 우수기업 인증서가 다인 것 같습니다. (웃음) 앞만 보고 달려와서 상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동종 1위 업체가 상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주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사회 환원적 일도 많이 하는데 상 하나 정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게 되니 관심이 생겼습니다. 정부의 포상 제도라는 것이 객관성을 필요로 하기에,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문학도에서 판넬시스템 전문가가 되셨는데.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국의 글로벌 기업에 취직했는데, 그 기업이 세계적 시스템폼 회사였습니다. 일종의 가시설(임시로 사용하고 재사용하는 자재) 임대·판매 회사였지요. 자연스럽게 가시설이라는 임대 사업을 알게 되었고 선진화된 외국 기술을 습득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환경관리공단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우리나라가 대대적으로 관로 정비 공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알게 되었고, 과거 근무했던 외국 회사의 도움으로 독일 회사를 소개받게 된 것이 사업을 시작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가시설에 관심이 많았고, 유용한 정보와 빠른 판단이 유효했다고 봅니다."

▶TS판넬 공법처럼 어려운 점도 있으셨겠군요.

"저희 회사처럼 임대 사업은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임대 사업을 4차 산업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볼 수 있고, 대형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의 불확실성을 안고 초기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자금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많은 애로점이 있었습니다. 거의 2년 동안은 자금을 빌리러 다니는 것이 주 업무였던 것 같습니다. 경쟁사들의 과도한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국 제 살 깎아 먹는 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TS 판넬시스템으로 ㈜승원씨앤디를 이끌어 오셨는데 신장호 대표의 방향은.

"원천 기술은 독일에서 가져왔지만, 이를 개발하고 현대화해서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작은 꿈입니다. 더욱 편리하고 빠른 시공법과 안전한 자재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화 시켜서 한국에도 이런 기업이 있구나 하는 것을 반드시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신장호 대표, 김건표 교수.
신장호 대표, 김건표 교수.

TS판넬을 보고 싶다고 말하자, 대표이사의 사무용 책상 위에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를 보여줬다. 모니터에는 충북 제천 공장에 있는 간이 흙막이 TS판넬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지게차가 빠른 속도로 쌓아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뒤 신 대표는 "회사가 길어서 좀 걸어야 합니다." 하며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며 설명도 이어갔다. 한쪽에는 조립식 판넬 설계 도면이 보였고, 레고 블록처럼 미니어처 형태로 조형물을 만드는 전문가도 있었다. 사진을 촬영한 뒤 좌우명을 물었다. 그는 "더불어 사는 세상.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에 기여하는 기업, 회사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라고 말했다.

신장호 대표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이동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사회 봉사활동을 어느 정도 하냐고 묻자, 신 대표는 "매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산불재난 지역 돕기 성금, 수재민 돕기 성금, 학교 기부 등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씩 실현해 가고 있지요."라고 답했다. 대표실에서 스마트폰 배경 화면 처럼 보였던 가산디지털단지는 쏟아지는 땀으로 (주)승원씨앤디의 TS판넬 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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