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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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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환 지음/ 화니콤 펴냄

우리는 종종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잊는다. 오철환 작가의 소설집 '그날'은 바로 그 경계에서 독자를 붙잡는다.

이 책에는 '돌싸움', '끈끈이주걱', '윌리를 찾아라', '프로메테우스의 후예', '중독', '의좋은 형제', '큐비즘' 등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야기의 무대는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지나쳤을 법한 삶의 한 장면 혹은 뉴스에서 스쳐 본 현실의 단면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뒤틀어 '그날'이라는 강렬한 장치로 제시한다.

'돌싸움'은 팬데믹 이후 인류가 '지능 30% 저하'라는 후유증을 겪으며 문명이 원시로 퇴행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끈끈이주걱'에서는 화려한 미끼로 사람들을 속여 재산을 갈취하는 인간 군상을 통해 우리 주변의 탐욕을 거울처럼 비춘다.

나머지 작품들도 자본주의의 탐욕, 도덕성의 붕괴, 권력의 비리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독자는 때로 분노하고 때로 한숨을 쉬며 책장을 넘긴다. 하지만 결국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힘은 소설이 우리 사회의 병든 곳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은 잘못된 현실을 진단하고 치유의 필요성을 날카롭게 제시한다. 독자들은 쓰라림 속에서도 은근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22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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