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약 40여 일을 앞둔 시점에서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로 전격 변경하면서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신라금관 전시 등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찬장으로 활용하려던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에선 CEO 서밋과 연계한 경제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각국 정상들이 신라금관을 직관하는 것에 비해서는 홍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신라금관 세계 알릴 기회 놓쳐
정부는 애초 정상회의 기간 국립경주박물관에선 정상 만찬과 연계해 역사상 처음으로 현존 신라금관 6점을 한 자리에 전시하는 특별전을 계획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금관 6점을 동시에 공개하면서 신라 천년의 찬란한 역사·문화유산을 알릴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1개 회원국 정상과 영부인, 세계적인 CEO, 언론인 등이 성덕대왕신종과 신라금관을 직관한 뒤 자연스레 만찬장에 입장하는 동선을 구상했었다.
회원국 정상들이 신라금관이나 성덕대왕신종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이 전 세계 언론에 송출되면 자연스레 세계인들에게 경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관광객 유치, 국제행사 재유치, 문화도시 이미지 강화 등 장기적인 효과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만찬장이 호텔로 전격 변경되면서 경주 문명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 결국 이동 동선을 고려하면 각국 정상들의 신라 금관 전시 관람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국립경주박물관은 직선거리 약 6㎞ 떨어져 있어 차량을 이용하면 15분 정도가 걸린다. 정상 대신 영부인이나 기타 VIP들이 별도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정상이 직접 찾는 것과는 홍보 효과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경주 시민들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시민(51)은 "만찬장이 호텔 연회장으로 바뀌면서 '경주 상징성이나 특색'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상들이 신라금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동선을 구상해야 한다"며 "이 밖에도 첨성대, 불국사 다보탑, 황룡사 9층목탑 등 신라 대표 유산을 알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경주 아름다운 알릴 방안 구상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기간 신라금관을 홍보할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우선 국립경주박물관은 CEO 서밋과 연계한 기업인·정상 간 교류와 부대 문화행사장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 기간 국내 전략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퓨처테크 포럼 등 다수의 경제행사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당초 박물관을 만찬장으로 할 경우 APEC 정상회의 주간 1주일 동안 휴관을 할 예정이었으나 만찬장 변경으로 계속 개관을 한다.
하지만, 총 80여억원(건축비 4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경주국립박물관 신축 건축물이 정상 만찬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임시 행사장으로 쓰인 뒤 철거될 가능성까지 제기돼 예산과 행정력 낭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만찬장 변경과 무관하게 정상회의 기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경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전달할 것"이라며 "국립경주박물관에 조성 중인 공간은 향후에도 활용해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장소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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