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건 갈아가며 간호…故전유성 마지막 곁 지킨 후배는

이경실·조혜련·박준형 추모 물결

김신영, 전유성. 인스타그램

코미디계의 큰 별 전유성이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나자, 그의 곁을 지킨 후배와 동료들이 마지막 순간을 전하며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이경실은 26일 새벽 SNS에 "우리 코미디계 개그계의 거목 큰 오빠가 돌아가셨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녹화 일정을 마친 뒤 갑작스럽게 마음이 움직여 전북대병원으로 향했다고 했다. 그는 "수요일 녹화 끝나고 비가 무섭게 내리는데 지금 아니면 늦을 것 같았다"며 오후 2시에 출발해 저녁 무렵 도착했다고 전했다.

병실에는 전유성의 딸과 사위, 그리고 후배 김신영이 있었다. 이경실은 "신영이가 옆에서 물수건을 갈아가며 간호하고 있었다. 오빠의 제자로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당시 전유성은 열로 인해 환자복 바지를 걷어올린 채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경실이 "우리 오빠 섹시하게 누워계시네?"라며 농담을 던지자, 전유성은 힘겹게 "너희들 보라고 이러고 있지"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실아, 와줘서 고맙고 난 너희들이 늘 자랑스럽다. 건강해라"라고 말하며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경실은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참으며 그의 손을 닦아주고 기도를 올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제 밤 9시5분에 영면에 드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오빠.. 수고하셨어요 오빠의 삶은 멋지고 장하셨어요. 이제 아프지 마시고 편안하게 잠드시길요. 오빠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 행복했어요. 즐거웠어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늘 그리울거예요. 안녕 오빠. 잘가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조혜련 인스타그램

조혜련 역시 자신의 계정에 전유성과 함께한 사진과 함께 추모글을 올렸다. 그는 "오빠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기도의 끝에 오빠가 '아멘'을 하셔서 감사했다"며 "내가 드린 가죽 십자가를 손에 꼭 쥐고, 오빠가 마지막까지 성경을 읽으시고, 찬송가를 들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님, 우리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너무 후회가 됩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빠가 스스로 소리내어 회개의 기도를 하셔서 감사했다"며 "유성오빠! 힘든 국민들이 웃을 수 있게 개그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해요.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라고 했다.

박준형도 SNS에 추억을 남겼다. 그는 지난 6월 남산도서관에서 열린 '개그맨 저자 책 서가 만들기' 행사에서 전유성과 함께 무대에 섰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날 공식석상에서 축사를 하시는데 어지럽다고 손 잡아 달라고 해서 말씀하시는 내내 부축해드렸던 기억이 난다"며 손은 가늘고 야위었지만 말씀하실 때의 기백과 유머는 그대로였다"고 했다. 그는 "그게 불과 석 달 전인데 오늘따라 참 삶이 짧다. 그래도 웃음은 길게 남기셨으리. 이제 선배님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이라고 추모했다.

전유성은 지난 25일 오후 9시경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되며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엄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