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매년 추석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일가친지, 지인들과의 소통이 여론의 변화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추석에는 정치 이야기는 피하기 때문에 추석민심이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왜냐하면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로 이념과 신념이 다른 사람 간에는 대화가 단절될 수 있어도, 같은 진영 내에서는 오히려 더 많이 이루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념과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 간에도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면 의견의 수렴으로 통합적 여론이 되지만, 같은 진영사람끼리만 소통하면 진영논리가 더 강화되어 국민 전체로는 분열적 여론이 된다.
그럼 이번 추석에 가장 큰 정치적 쟁점은 무엇이었을까? 정치적으로는 사법, 검찰, 언론 개혁 논쟁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출석 문제와 관련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3권 분립이고,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체포와 석방 과정에서 언론과 경찰의 정치성과 검찰청 폐지가 가장 큰 논란이었을 것이다.
다음은 먹고사는 민생경제다. 그러나 경제 문제도 한미관세협상 등 한미관계에 종속된다. 국민들에게 정치적 문제는 자신들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아니고, 경제는 한미관계를 지켜봐야 하기에 국민들의 결론은 각자도생일 것이다. 즉 추석 민심은 모든 국민의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통합이기 보다는 같은 진영 내 논리의 강화로 인한 분열의 각자도생이다.
추석 민심이 진영논리 강화로 나타나면, 여론은 이념에 갇히게 된다. 대통령 지지율은 이미 추석 전까지 하락세였다. 갤럽조사는 7월 1주 65% 고점에서 9월 4주에 55%까지 하락했다. 한길리서치 조사도 7월(12~14일) 64.2% 고점에서 9월(27~29일) 50.1%로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이념에 갇힐 경우 국민 과반수(50%)와 대통령 당선 득표율인 49.4%가 위태로워진다. 즉 하락세도 문제이지만 하락지점이 문제다.
정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갤럽조사(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더불어민주당 평균 지지율은 42.9%, 고점은 46%, 마지막 9월 4주는 38%다. 국민의힘은 평균 22.5%, 고점은 24%이며 마지막 조사도 24%다. 한길리서치 9월 조사(27~29일,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36.7%(7월 44.9%, 8월 37.0%), 국민의힘 24.7%(7월 17.5%, 8월 23.2%)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갤럽의 경우 7월 3주 27%포인트(p) 차(민주당 46%, 국힘 19%)에서 9월 4주에 14%p로, 한길리서치는 7월(12~14일, 민주당 44.9%, 국힘 17.5%) 27.4%p에서 9월에 12%.0p로 줄어들었다. 양당 간 10%p 격차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를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의 최대 격차로 비교해보면 더 명확해진다. 갤럽의 7월 3주(대통령 지지율 64%, 국민의힘 19%) 45%p에서 9월 4주(대통령 지지율 55%, 국민의힘 24%)에는 31%p로 줄어든다. 결론은 대통령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며, 추석 민심 이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추석 민심과 같이 진영논리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 경우, 그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그것은 정치이념인 보수와 진보의 비율일 것이다. 한길리서치 9월 조사에서 보수 27.6% 중도 39.5% 진보 27.0%, 갤럽의 9월 4주 조사에서는 보수 26.5%, 중도 32.9%, 진보 25.3%였다. 즉 보수는 26.5%~27.6%이며, 진보는 25.3%~27.0% 정도이다.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이 진보와 보수 특히 강경세력에 갇힐 경우 누가 더 손해일까? 두 말할 것 없이 대통령과 여당이다. 대선 이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과 같이 앞으로도 2~3배 앞서게 되면 정국 주도권을 갖게 되겠지만, 추석 전 지지율보다 좁혀지게 되면 집권 첫해부터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 민심은 집권여당에게는 계엄⋅내란세력몰이로 국민의힘을 가둔다고 해서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경고다. 이는 국민의힘을 내란 당으로 배제시키려는 민주당과 윤어게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서로 맞물리면, 대통령 지지율도 실용주의적 중도층 이탈로 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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