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에 통장을 넘긴 5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했다. 해당 남성은 세 차례에 걸쳐 직접 캄보디아를 방문했으며, 조직원에게 여권과 OTP까지 건넸다고 진술했다.
17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사기 방조 등의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5일 해운대경찰서를 찾아와 본인이 해외 범죄 조직에 통장을 제공했다고 자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신용 불량자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 텔레그램을 통해 대포통장을 모집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며칠간 통장을 빌려주면 1천200만 원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총 세 차례 캄보디아에 다녀왔으며, 현지 '웬치'라 불리는 범죄 조직에 통장, 여권, 그리고 온라인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통장에는 범죄 자금으로 추정되는 3천500만 원이 입금됐으나, 중간에 지급정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1천200만원이 출금이 되지 않았다. A씨가 조직원에게 보수를 강하게 요구하자,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한다.
A 씨는 "제 몸에 문신도 있고 험상궂게 구니 겨우 보내줬다"며 "일반인이었다면 절대 못 빠져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후 A씨는 보수를 달라고 요구했고, 돈을 주겠다는 말에 다시 한 번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그는 300~400달러만을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또 한 번 통장을 개설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마지막으로 한 차례 더 캄보디아에 갔지만 보상은 받지 못한 채 돌아왔다.
A 씨는 자신이 비교적 덜 잔혹한 '웬치'에 갔기에 탈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웬치, 총책마다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모두 제각각"이라며 "제가 갔던 곳은 들어가기 전 출입을 확인하는 용도로 신발 사진을 찍던데, 더 잔혹한 곳은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촬영한다. 가장 심한 곳은 촬영이 필요 없을 만큼 탈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씨는 "웬치에 갔을 때 소각장을 실제로 봤는데 정말 많은 한국인이 이미 숨졌을 것 같더라"며 "저는 운이 좋아 계속해서 빠져나왔지만, 그곳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이 어서 구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자수했다고 진술했다. 현재 A씨의 통장 거래 내역과 출입국 기록 등은 확인된 상태"라며 "사건은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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