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0월 24일 대구 남구 한 주택에서 발달장애를 앓던 39살의 남성이 살해됐다. 흉기를 휘두른 건 당시 62세의 친부였다. 이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양육에 헌신하면서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급기야 아들은 뇌출혈로 뇌병변장애 1급까지 받았고, 본인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살인'이라는 범행을 저질렀다.
돌봄에 허덕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부모 손으로 숨지게 한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23년까지 매년 3건 정도의 발달장애인 자녀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아픈 자녀를 돌보다 벼랑 끝에 몰려 범행에 이른 사건들은, 발달장애 가정을 품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제도와 행정은 돌봄의 무게를 가족에게 떠넘기면서 그들의 절규를 듣지 못했다.
현대 의학에서 발달장애는 완치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에 부모들의 돌봄은 숙명과도 같다. 국립재활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부모 88.2%가 자녀의 56세까지 돌봄을 부담하고 있다.
발달장애 부모들이 극한의 상황에 몰린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바깥 생활에서 자녀가 타인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부모는 수십번도 더 고개를 숙인다. 46살 아들을 둔 70대 노모는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겨질 자식 생각에 잠도 제때 들지 못하고 있다.
자녀에게 손발이 묶이면서 개인의 삶을 포기한 지 오래다. 발달장애인을 혼자 둘 경우 낙상 등 사고 위험이 있어, 부모들은 지인 모임과 같은 일상은 사치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렇게 삶 전체를 가족에게 의지하는 발달장애인은 지난 7월 기준 대구에서만 1만3천751명. 지난 2022년에 1만2천452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사이 약 10%나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정부는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모들이 지원체계를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각종 복지서비스는 나이와 소득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고, 신청주의로 운영되면서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
매일신문은 지난 한 달간 자폐와 지적을 포괄하는 발달장애인 일곱 가정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녀의 사소한 일상부터 넓게는 생애주기별 과업까지 맡으면서, 신체적·정신적 소진을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바탕으로 발달장애 지원체계의 허점과 해법을 담은 시리즈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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