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 누군가 한 소리 했다. 이에 다른 분이 한마디를 보탰다. "도둑이 너무 많을 뿐 아니고, 도둑을 잡는 선량한 사람한테 도둑이라고 뒤집어씌운다." 말은 이어졌다. "정치가 국민이 맡긴 일을 제대로 하는 게 본령인데, 자기 사욕이나 채우고 제 주머니를 채우다가 그걸 막는 선량한 정치인이 있으면 뒤집어씌워서 퇴출시킨다." 그래서 "정치만 똑바로 하면 나라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런 정치를 기대한다. 제발 말대로 실천됐으면 한다.
<도둑놈, 도둑님>이라는 사회풍자 드라마가, 2017년 5월에서 11월 사이 주말마다, 문화방송에서 방영된 적이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는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훔쳐 생계가 어려운 자들을 몰래 돕는 게 홍길동전이나 일지매의 이야기를 연상케 했다. 지금 이런 의적은 없다.
물론 아무리 의적이라도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이상 도둑이라 '놈'이다. 그래도 어려운 자들을 위해 선행을 함으로 '님'이라 부를만하다. 도둑은 살인 등과 더불어 인류 문명 이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장자』, 『열자』, 『순자』 등의 동양 고전에 흥미로운 도둑 이야기가 전한다.
『장자』엔 도둑에 '작은 도둑, 큰 도둑'이 있단다. 작은 도둑은 작은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짝을 뜯는 식으로 적게 훔쳐 간다. 사람들은 이에 대비하여 상자나 궤짝을 끈이나 줄로 단단히 묶고, 빗장과 자물쇠를 잘 채워둔다. 반면 큰 도둑은 궤짝을 통째로 등에 지고, 상자를 손에 들고, 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깡그리 훔쳐 달아난다. 오히려 그들은 끈, 줄, 빗장, 자물쇠가 견고하지 않을까 겁낸다. 훔쳐 가는 도중 혹여 흘릴지나 않을까 해서다.
한편, 쇠갈고리를 훔친 작은 도둑은 감옥 가고 처형되나, 나라를 훔친 큰 도둑은 제후가 돼 거들먹대며 산다는 불합리한 세상을 비꼬기도 한다. 큰 도둑은 큰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높은 지위까지 누린다. 작은 도둑은 소소한 잘못으로도 억울하게 처벌받는다. 심지어 이들 도둑에게 놀랍게도 철학이 있단다.
9천 명의 도둑을 거느린 도척에게 어느 날 부하가 물었다.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습니까?" 도척은 "어디엔들 도가 없겠냐"며 도둑의 도를 설명했다. 첫째, 재물이 어디에 감춰져 있는지 마음대로 알아맞히는 것이 '뛰어남'(聖)이다. 둘째, 남보다 먼저 훔치러 들어가는 것이 '용기'(勇)이다.
셋째, 훔친 뒤 남보다 뒤에 나오는 것이 '의리'(義)이다. 넷째, 도둑질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잘 판단하는 것이 '지혜'(知)이다. 다섯째, 훔친 재물을 고르게 나눠 갖는 것이 '어짊'(仁)이다. 제법 그럴 듯 도리를 나열한다. 요즘 시끄러운 대장동 도둑들에게도 이런 도리가 통할까.
배운 자들이 도둑질하는 풍경은 『순자』에도 실려 있다. 고대의 식자층인 유자(儒者)들의 추태를 고발한 것이다. 시서예악 – 지금의 법과 정치 - 에 능통한 자들은 "남의 무덤을 도굴하고, 시체의 입을 벌려 그 안의 구슬을 꺼내어" 사리사욕을 추구한다.
배운 놈들이 무섭다 했다. 『장자』에도 유자들의 행태는 추잡하다. 시와 예의 권위를 등에 업고 상례를 담당하는 그들은 부자의 무덤 내부를 잘 알기에 도굴까지 한다. 아침이 밝아올까 조바심하며 망을 보는 큰 도둑[大儒]이 위에서 무덤 아래의 좀도둑[小儒]들에게 도굴을 빨리 '신중하게 하라' 지시한다.
좀도둑들은 『시경』 구절로 죽은 자를 위해 노래 부르며, 송장의 귀밑털을 잡고 쇠망치로 턱을 쳐 뺨을 열고, 입안의 구슬을 조심스레 꺼낸다. 이처럼 배운 자들은 지식을 무기로 백성들의 몸을 갈라 피눈물을 빼내 간다.
『열자』에도 도둑 이야기가 있다. 제나라에 사는 큰 부자 국씨가 송나라에 사는 가난뱅이 상씨에게 부자 되는 법을 설한다. "나는 도둑질을 잘하오. 처음 내가 도둑질을 시작하여 1년이 지나자 먹고 살게 되고, 2년이 지나니 넉넉해지고, 3년 만에 크게 번성해졌소. 그로부터는 고을 사람들에게까지 재물을 베풀었소." 상씨는 이 말에 고무돼 남의 집의 담을 넘고 방을 뚫고 들어가 닥치는 대로 훔쳐댔다.
얼마 안 되어 도둑질한 죄로 잡혀 그 조상들이 살던 집 재물까지 모두 몰수당하고 말았다. 상씨는 국씨가 자기를 속였다고 생각해, 국씨를 찾아가 원망하였다. 그러자 국씨가 말했다. "아! 당신은 '도둑질하는 도'(盜之道)를 그토록 몰랐던가? 하늘에는 때가 있고, 땅에는 이로움이 있소. 나는 하늘과 땅의 때와 이로움을 도둑질하였소"라며 철학 없는 그를 나무랐다. "국씨의 도둑질은 공도(公道)이므로 재앙이 없는 것이고, 상씨의 도둑질은 사심임으로 죄를 지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큰 부자가 되려면 동족의 피눈물일랑 짜 가지 말고, 저 바깥의 지구촌으로 눈 돌려 무역과 과학기술의 부흥으로 나라부터 살리자. 나라에 돈이 없는 건 도둑 때문이다. 나라 도둑들이여, 제발 하늘과 땅의 때와 이로움을 훔쳐 국가 부흥의 철학이 있는 큰 도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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