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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야 가치 있다" vs "더 많은 국민이 봐야"···신라 금관 경주 존치 주장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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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특별전 흥행 속 상설 전시 요구 확산…道 "타협 해법 찾겠다"

경북 경주청년회의소가 18일 국립경주박물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경주청년회의소가 18일 국립경주박물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라금관 6점을 경주에 상설 전시하라"고 촉구했다. 경주청년회의소 제공

202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이 관람객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경주에선 앞으로 신라 금관 6점 모두를 경주에서 모아 상설 전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경북도·경주시 등에 따르면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정상회의와 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 등을 기념해 지난 2일부터 신라 금관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특별전은 당초 다음달 14일까지만 열릴 예정이었으나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면서 내년 2월22일까지 전시기간이 연장됐다.

특별전은 연일 매진 행렬이다. 일반인에게 공개가 된 APEC 정상회의 직후에는 오전 4시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경주박물관은 일일 관람 인원을 2천550명으로 제한했음에도 현재까지 3만여 명 이상이 특별전을 찾았을 정도다.

신라 금관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전시관 개관 시간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경주박물관 제공
신라 금관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전시관 개관 시간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경주박물관 제공

1921년 금관총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을 시작으로 현존하는 금관 6점은 유물의 안전·보존 측면 등을 이유로 분산 소장 중이다. 금령총·황남대총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서울), 금관총·천마총·교동 고분 금관은 경주박물관, 서봉총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금속공예 특성화 박물관)에 분산·전시해왔다.

이에 따라 금관 특별전이 끝나면, 금령총·황남대총·서봉총 금관은 다시 중앙박물관과 청주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경주지역 시민단체는 '발굴지-전시장 일체 원칙'에 따라 유물이 있던 현장에서 이를 보존·전시해야 유물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문화원 등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달말 '신라 금관 경주 존치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시민청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지난달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문화 행사로 기획된 이번 특별전은 1921년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이후 6점의 금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전시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학계와 박물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경주 시민들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상대성·희소성 등을 고려해 더 많은 국민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신라 금관이 백제 금동대향로(국립부여박물관 소장) 같이 1점밖에 없다면, 경주에 소장·전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6점이나 되는 신라 금관을 분산해 더 많은 관람객들이 신라 금관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라 금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장기적·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가려면 2~3년 혹은 3~5년에 한 차례씩 서울·경주 등에서 정례적으로 순환전시를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경주 시민의 넉넉한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경북도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신라 금관의 가치를 더욱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전날(19일) 도청에서 열린 포스트 APEC 사업 브리핑을 하면서 "금관문제는 도에서 적극 나서고 있다. 근본적으로 (신라 금관은) 경주의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도지사는 "지역을 순회하면서 전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경주에 신라 금관을 소장하면 좋겠지만, 타 지역에서 이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우리가 소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면서 타협점을 찾는 게 좋다 생각한다"고 했다.

104년 만에 경북 경주에 모인 신라 금관 6점.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104년 만에 경북 경주에 모인 신라 금관 6점.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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