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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니어 관광지, 접근성 낮고 편의성 미흡…'걷기엔 가파르고, 앉기엔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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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니어 관광지 19곳 중 4곳만 '양호'… 대부분은 '부분적합'
19곳 중 4곳만 50점 이상, 시니어 프로그램 적합은 단 2곳
관광정보 제공 17곳 부적합, 화장실·보행로 불편

언덕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3‧1만세운동길 90계단에 발을 디뎌야 한다. 저 계단을 오르내렸던 이들의 발자취를 기억해야 한다.
언덕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3‧1만세운동길 90계단에 발을 디뎌야 한다. 저 계단을 오르내렸던 이들의 발자취를 기억해야 한다.

대구의 시니어 관광지는 이동과 접근에서 상당수 불편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 결과 대부분이 접근성 기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경사로가 가파르고 안내판은 작고 복잡해 고령층이 관광지를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의 '접근 가능한 관점에서 살펴본 시니어 선호 관광지 연구'(한양대 관광연구소 이경찬·대구정책연구원 김기완)에 따르면 대구의 시니어 관광지는 접근성 전반에서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연구는 설문을 통해 시니어가 선호하는 관광지를 파악한 뒤, 상위 19곳을 현장에서 직접 조사했다.

그 결과, 평균값이 50점을 넘는 곳이 19곳 중 4곳(문양역,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 근대골목)에 불과했다. 최하위권에는 동화사와 청라언덕이 포함됐으며 모두 10점 미만이었다. 나머지는 10점대 2곳, 20점대 2곳, 30점대 5곳, 40점대 2곳 등이었다.

항목별 분석에서도 한계가 뚜렸했다. '도착' 부문의 관광정보 제공에서 17곳이 부적합으로 나타났다. 관광지 내 안내판, 표지, 홍보물 등이 작은 글씨와 복잡한 배치로 구성돼 있었고, 점자, 음성안내, 수화 정보는 대부분 제공되지 않았다. 관광지에 도착하더라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시니어의 자율적인 이동이 어렵다는 의미다.

'관광매력물' 항목 중 조명은 19곳 전부 적합으로 평가됐다. 야간 안전이나 시야 확보 측면에서 조명 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보행로, 경사로, 계단 등 주요 이동 동선은 대부분 '부분적합' 수준이었다. 단차가 크거나, 표면이 미끄럽고, 경사도가 급해 보행 보조기나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이 제한된다는 평가다.

'식음시설'은 19곳 중 10곳에 시설 자체가 없었고, 나머지 9곳 중에서도 1곳만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출입문 단차와 통로 폭, 좌석 높이 등 기본 조건이 대부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편의시설'의 휴게공간과 다목적 화장실도 각각 15곳이 부분적합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의 현장 조사에선 관광지 이용 과정의 구체적인 불편 사례가 확인됐다. 인흥마을과 근대골목에선 주차 안내표지가 명확하지 않아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혼재돼 있었다. 동화사와 인흥마을은 보행로 곳곳에 단차와 배수로가 있어 이동이 쉽지 않았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경사로 폭이 좁고 기울기가 가팔라 휠체어나 보행보조기 이용객의 접근이 제한됐다. 앞산공원은 매점과 화장실로 향하는 길이 비포장 상태였으며 단차가 높고 공간이 좁아 시니어가 이용하기 어려웠다. 일부 화장실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한계가 확인됐다. 대부분이 관람 중심으로 운영됐으며, 시니어의 흥미와 참여를 고려한 체험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화해설과 건강체험, 전통문화 강좌 등 시니어 세대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은 일부였다.

연구진은 "시니어가 선호하는 관광지의 물리적 환경이 대다수 부분 적합이어서 향후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접근성뿐 아니라 시니어가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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