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라는 제목으로 시를 짓고 시집(1987)을 낸 서정윤 시인이 있다. 그의 홀로서기가 사랑, 외로움 및 그리움 앞에 홀로서기라면 필자의 홀로서기는 나를 제외한 사람들, 사회 및 세상 앞에 홀로 서는 것이다. 이것은 사랑, 외로움 및 그리움을 극복하여 이별 앞에 담담하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으며, 만나지 못해도 그립지 않은 경지이다. 이것의 지향점은 이기주의나 아집(我執)이 아니라 나를 대하듯 내 앞에 선 너, 이웃, 사회를 대하며 상생과 공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선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부모든 친구든 누구에게 의존하면 기생(寄生)이 된다. 기생하면서는 상생과 공생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자신의 소질·적성·능력 계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싫은 일을 하며 돈 버는 자리로 자신을 추락시켜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 독립을 이루려면 왜 능력 계발이 중요한지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둘째, 신체가 건강해야 한다. 병약해지면 어쩔 수 없이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당한 운동, 건강한 섭생(攝生)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병은 입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과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누죽걸산'(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동물이므로 움직여야 산다.
끝으로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돈과 신체가 컴퓨터의 하드웨어라면 마음은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병들면 모든 것이 허사다. 그래서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이 안녕한지 수시로 살펴야 한다.
위 세 가지는 자기 형편에 맞춰서 하면 되는 일이다. 우선 하고 싶은,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얻어야 한다. 아무나 손흥민, 임영웅이 될 수 없다. 공부선수가 축구선수, 노래선수가 그림선수가 되려 하면 안 된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해야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몸과 마음도 잘 다스려야 한다. 필자는 운동이라고는 걷기밖에 할 줄 모른다. 그래서 틈만 나면 걷는다. 지난 20여 년간 문경새재를 400번 이상 갔다. 걸으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건강해진다.
걷다 지치면 책을 읽는다. 읽어야 할 책이 많이 쌓여 있다. 걸으며 생각할 뿐만 아니라 읽으면서도 생각하고 쉬면서도 생각한다. 이 생각들이 서로 연결되어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 강연이, 글로 표현하면 칼럼이 된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외롭고 쓸쓸하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그렇게 느낀다면 생(生)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된다. 친구나 연인을 통해 그런 것들을 해소하려 하지만 그런 것을 통해 생의 근원적인 고독을 해소할 수 없다. 그들과 24시간을 함께할 수 없고 그들과 헤어지고 나면 또다시 스멀스멀 기어드는 고독을 어떡할 것인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36%나 되는 오늘날에 심사숙고해 봐야 한다.
그래서 홀로서기가 중요하다. 홀로서기가 된 사람은 홀로 있어도 즐겁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소일거리가 필요하다. 값비싼 것, 멀리 있는 것에서 찾지 마라. 홀로 있으면 '걷거나 읽거나 생각하면' 된다. 드는 비용은 거의 없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지만 책값은 그대로다.
홀로 선다는 것이 대인관계를 회피한다는 뜻은 아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마음껏 만나면 된다. 만났을 때 즐거웠듯이 돌아오는 길도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텅 빈 집에 들어서서도 마찬가지다. 소일거리(걷기, 읽기, 생각하기)가 늘 준비돼 있으므로 불행이 파고들 틈이 없다.
홀로서기가 돼야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된다. 모든 사람은 홀로 죽는다. 단체로 사고를 당해도 엄밀하게 말하면 다 조금씩의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홀로 죽는다.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고독 앞에서 초연하려면 홀로서기가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홀로서지 못하면 기생의 삶을 살게 된다. 상생과 공생을 꿈꿀 수 없다. 상생과 공생으로 나아가 자아실현을 하려면 홀로서기부터 해야 한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홀로 식당에 가는 것이 두려운가? 그래서 파트너부터 찾는가? 칸트는 점심 후 규칙적으로 산책을 했다. 정확히 같은 시간에 산책했다는 일화보다 주로 혼자 산책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홀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자(他者)와도 온전히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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