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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민교] 지역은행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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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 전 총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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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 전 총장직무대행)

인구와 산업이 빠르게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 경제의 활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 경제의 핵심축이었던 지역은행마저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은행의 위기는 단순한 금융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의 자금 흐름이 약화되고 기업 활동이 제약되어 결국 지역 소멸 위험까지 가중시킬 수 있는 구조적 문제다. 지금 지역은행의 역할과 미래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은 경제의 혈관이다. 중앙정부와 대형 시중은행이 심장과 동맥이라면, 지역은행은 지역 구석까지 골고루 자금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지역은행이 담당해 온 관계금융은 지역 경제의 숨통을 튼 핵심 기능이다. 지역에서 쌓은 신뢰와 기업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여신은 담보가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해 왔다. 또한 지역에서 조성된 예금이 다시 지역 경제로 흘러 들어가게 만드는 자금 선순환 기능은 어느 금융기관도 대신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지역은행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첫째, 수도권 집중은 지역은행 기반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2013~2023년 취업자 331만 명 중 61%가 수도권에서 이루어졌으며, 국토의 11%인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1%가 밀집돼 있고, 재화와 서비스의 53%가 수도권에서 생산되고 자금의 67%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인구와 기업이 빠져나가면 여신 수요가 감소하고, 예금 기반 역시 축소된다.

둘째,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지방 진출은 지역은행의 고객 기반을 직접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금리 경쟁력에서는 시중은행이, 디지털 인프라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우위를 점하면서 지역은행은 '중간 지대'에서 빠르게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은 오랫동안 지역은행의 고객이었던 우량 중소기업을 대출 고객으로 흡수하고 있으며, 지역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금고은행 지정을 확대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4년 7월까지 대경권과 동남권, 전라권의 262개 금고 중 해당 지역은행 금고 선정 건수는 94건에 불과하다.

셋째, 금융정책의 주요 논의 과정에서 지역은행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며 정책적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실례로 금융위 은행과에는 지역은행 담당자가 한 명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5극 3특의 지역균형성장전략에서도 지역은행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역은행의 '투트랙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지역은행을 단순한 지방 금융기관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지역 기반 금융기관'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관계금융 여신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 주는 인센티브 제공, 지역 기업 대상 정책자금 우선 배분, 신용보증 확대,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금융거래 의무화, 지자체 금고 선정 시 지역은행 우대 등 실질적 지원책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은행 스스로의 혁신도 절실하다. 정부의 지원과 보호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데이터 기반 금융, AI 협업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지역은행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이는 국가 균형발전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지역은행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 그리고 지역은행의 자구적 혁신이 맞물릴 때 지역 경제는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 전 총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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