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시장을 몇 번 가보셨나요? 미술관이든, 갤러리든 상관 없습니다. 다섯손가락이 채 다 접히지 않는다고요? 저도 직장인이니 공감합니다. 시간을 내서 작품을 보러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쉽지 않다는 것을요.
그래서 누군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집에서 마주하는 러그에, 쿠션에, 벽에, 컵에, 이불에 작품을 입히자고요. 직접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예술이 아니라, 우리의 삶 가까이 예술이 스며들게 한 셈이죠.
주말앤 팀이 그 '누군가'들을 만났습니다. '예술이 있는 일상', '작품과 호흡하는 삶'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예술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대구의 90년대생 젊은 CEO 2인입니다. 평소 눈여겨보던 브랜드가 대구 업체임을 알았을 때의 기쁨이란! 반가운 마음을 가득 안고 그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예술이 있는 일상을 꿈꿉니다"
예술작품을 바탕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누(TOUNOU)'는 '언제나 새로운'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뚜주르 누보(Toujours Nouveau)'를 줄인 말입니다. 2018년 경북대학교 북문 인근 원룸에서 2명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현재 직원 30명과 함께 25개 카테고리, 8천여 개 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성장했습니다. 매출 역시 지난해 32억원에서 올해 50억원대로 크게 늘었는데, 김현태(33) 뚜누 대표는 "내년에는 더 큰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고해 기자를 두 번 놀라게 했습니다.
- '뚜누' 설립 계기가 궁금합니다.
▶경북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고는 7년 정도 사진작가로 활동했어요. 복학하면서 '창업과 나의 미래'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그 때 작가 활동을 하며 느꼈던 어려움을 해결해보면 어떨까 싶어 적어냈던 그 사업계획서가 뚜누의 첫 출발이었죠.
- 작가로서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체감했나요?
▶제일 큰 건 내 작품을 활용할 수 있는 무대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거였죠. 소수의 아티스트, 컬렉터, 갤러리에 많은 자본이 집중되는 형태다보니 대중적으로 전시나 페어 외에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내 작품을 활용해서 홍보와 수익 창출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보니, 공급보다 수요의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창작 활동을 통한 공급은 사실 넘쳐나거든요. 근데 예술 중에서도 특히 시각 분야는 관심이 적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잘 안가잖아요? 기존의 틀에 박힌 시장에서 확장을 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일상 속의 상품으로 예술이 다가가면 소비자들이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상품화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 시작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친동생과 경북대 북문에 원룸 하나 얻어서, 딱 현금 1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초기에는 제조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없으니 휴대폰케이스나 티셔츠 등 간단한 상품부터 시작했고, 소량으로 먼저 주문을 받아 그 돈으로 제작을 해서 배송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후 조금씩 제조 네트워크를 넓히고 투자를 받으며 회사가 성장했고, 여러 카테고리들을 개발하며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려고 한 점은요?
▶아티스트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기에, 다른 곳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독점적인 아트 상품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또한 품질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상품 개발을 할 때부터 소비자의 목소리에 굉장히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주방 매트를 기획할 때, 기본적으로 방수를 선호하고 오랫동안 서있어야하니 발이 편안한 푹신한 소재, 미끄럼방지가 되는 소재를 원한다는 것을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알아내죠. 그리고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맞출 수 있는 공장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여러 번의 샘플링과 테스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통과된 상품만 공식적으로 판매합니다. 또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빠르게 개선하죠.
특히 B2C(Business to Customer·기업이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 판매하는 방식)의 모든 프로세스를 내부에서 수직계열화해서, 아티스트 선별부터 계약, 상품 기획, 마케팅, 제작, 물류까지 저희가 다 컨트롤하기 때문에 높은 품질에 비해 가격대는 합리적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습니다.
- 아티스트 섭외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현재 등록된 아티스트는 160명 가량이고, 해외 작가도 40명 정도 됩니다. 대구는 권효정 작가 등 2~3명이 있고요. 아무래도 수도권 작가가 많은 편입니다. 저희 브랜드와 어울리고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아티스트는 항상 리스트업하고 있고,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섭외를 합니다. 먼저 입점을 요청해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 작가들에게 반응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긍정적이죠. 사실 아티스트들의 입장에서는 원래 하던 창작 활동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IP(지식재산권)만 제공하면 홍보나 부수적인 수입이 계속 나는 구조이니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 10월에 열린 서울 DDP디자인페어에서 뚜누 부스 앞에 5일 내내 긴 줄이 늘어서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화제를 모았어요.
▶네. 페어 특성상 인기 많은 브랜드들이 몰리는데, 저희가 가장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가능한 줄을 많이 세우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사람들이 참여하는 형태여야 하니, 자기의 취향대로 일러스트를 골라 현장에서 바로 티셔츠를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열었죠. 예상 외로 깜짝 놀랄 만큼 굉장히 반응이 좋았어요. 첫 날 오픈하자마자 줄을 서기 시작해서 마지막 날 끝난 이후까지도 줄을 섰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이후에 블로그나 뉴스, SNS에 저희 브랜드에 대한 언급량이 크게 늘었고, 채용 문의를 해오는 분도 있을 정도로 좋은 효과들이 뒤따랐습니다.
- 지난 4월에는 신용보증기금의 혁신 스타트업 성장 프로그램인 퍼스트 펭귄 기업에 선정되고, 최근 무신사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 유치까지 성공했습니다. 올해 유독 눈에 띄는 성과가 많아보입니다.
▶주요 원인은 좋은 작품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좋은 가격에 제공하는 비즈니스의 핵심이자 기본에 가장 집중한 것이 유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한 각자 최선을 다해 헌신하는 팀원들 덕분에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한 해였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목표했던 것에는 못미친것 같아요. 물론 지난해에 전년대비 2배 넘게 성장했고 올해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쉬웠던 부분을 계속 보완해왔고, 내년에 그러한 부분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준비를 많이 하고 있기에 내년에 더 큰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많은 지역 업체들이 더 성장하고자 서울로 옮겨갑니다. 지역에서의 한계를 실감하시나요.
▶대구가 스타트업에 대한 인프라나 지원, 네트워크, 인식이 굉장히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좋은 인재들이 일할 만한 회사가 없다고 생각하니 서울로 가고 대구 회사들은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저희도 서울·경기 등 타지에서 우수한 분들을 물색해서 대구로 모시고 왔어요. 서울처럼 인재 풀이 많고 스타트업 간 네트워킹, 지원이 잘돼있으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려면 일단 마중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투자를 늘리거나 혜택을 주거나, 투자자를 지역에 많이 유치하는 등의 방안이 있겠죠. 가장 중요한 건 성공 사례가 나와야하는데, 대구에서는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 사례가 한두 개만 나와도 대학생이나 예비 창업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뀔거라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요?
▶향후 5년 뒤에는 소규모 창작자들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창작자들이 개인 페이지 내에서 자신의 작품을 홍보·판매하거나 팬들과 소통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에, 우선 지금은 아트상품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수익성을 확장하며 성장하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작품과 호흡하는 삶이 되길"
쉽게 사고 빠르게 버리는 패스트소비의 시대. 박세원(32) 에온드에온 대표는 오랜 시간 계속 간직하고 싶은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만든, '영원의 영원'이라는 뜻의 '에온 드 에온(Aon de aeon)' 브랜드는 대구시 청년보육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으로, 아트상품 개발뿐 아니라 지역 전시기획 등 활발하게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 에온드에온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브랜딩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나의 브랜드를 키워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수집하고 싶은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을 담으면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2023년 10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브랜드 슬로건이 '작품과 호흡하는 삶'입니다.
▶미술시장의 작품 80%는 회화고, 아무리 좋더라도 그걸 다 벽에 다 걸어둘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벽에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쓰임이 있는 다양한 종류의 오브제로 만들었을 때 인테리어 효과도 극대화되고, 더욱 예술을 가까이 하며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상품을 통해 실생활에서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슬로건에 담았습니다.
- 상품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초기에는 작가 섭외와 협의를 통해 상품화 디자인을 거쳐 제작하는 방식, 그리고 작가에 맞게 브랜딩 디자인을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왔어요. 하지만 무수한 과정에 비해 결과물 도출이 적은 편이어서, 이제는 베이스 오브제를 두고 작가들의 다양한 파츠상품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개발 중인 제품은, 오일 버너를 베이스 오브제로 두고 그 위에 작가들의 작품을 캔들로 구현하는 형태예요. 좀 더 제작을 용이하게 해서 다양한 작품을 보여줄 수 있게 한거죠. 이 아이디어로 이번에 포르쉐코리아가 예술 기업에 후원하는 '포르쉐 프런티어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운 좋게도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 어떤 점이 호평을 받았다고 보시나요?
▶스타트업 프로그램 과정을 통해 성장한 점이 뚜렷이 보이고, 예술 생태계에 기여를 하고자 했던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예술상품을 통해 작가들을 알리고, 그를 통해 지속적인 창작 생태계 조성에 힘이 된다는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 지난해 '대구앙데팡당전'과 올해 '사진 비엔날레, 도슨트와 떠나는 미술여행' 등 다양한 전시 관련 기획 활동도 눈에 띄었습니다.
▶제품뿐 아니라 예술을 쉽고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을 많이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저도 처음에 예술 사업에 뛰어들며 너무 어렵다고 느껴졌던 부분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대구앙데팡당전은 화이트큐브 전시장이 아닌 콜라텍에서 전시를 열어서 누구나 흥미롭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했고, 미술여행은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죠. 내년에도 북성로의 근대건축물을 살린 전시 공간 '오픈 대구'에서 일러스트 드로잉 전시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 이제 창업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사실 브랜딩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자신감이 있어서 창업을 대단히 쉬운 것으로 보고, 내가 잘해낼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실에 부딪혀보니 무엇보다도 제 자신의 부족함이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상품 기획과 경영까지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잖아요. 항상 창업 선배, 멘토들을 만나 겸손한 마음으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앞으로 주력할 목표는요?
▶일단 내년부터는 분기마다 신제품을 최소 하나 이상 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전시 기획이나 행사도 3개 이상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대구 내에서 좀 더 예술쪽으로 네트워크를 단단히 다져서 지역적인 활동을 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더현대대구에서 팝업스토어도 진행 예정이고요. 아무래도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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