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에서 법란(法亂)이라고 불릴 만한 일이 벌어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8일 정기회의에서 "현재 논의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 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은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는 의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친더불어민주당 성향 좌파 법관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재판의 독립성 침해 및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사법 개편 법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제동(制動)을 건 것이다.
더욱 극적인 것은 애초 안건(案件)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 사안이 긴급 제안되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었다는 점이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 법 왜곡죄 조항이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법관회의 참석자는 "독일에서 법 왜곡죄는 나치 시대에 이용됐고 이후로는 사문화된 법"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사법 개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암시(暗示)되는 대목이다. 같은 날 대한변호사협회는 "사법부 독립이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토대임을 인식해 (내란재판부·법 왜곡죄 신설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민주당 정권 시절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고위직에 임명된 사람들도 11일 '사법 제도 개편' 공청회에 참석, "사법 개혁인지 사법 통제인지 헷갈린다" "문명국의 수치"라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법조계 조야(朝野)가 똘똘 뭉쳐 지난 5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 1항이 있음에도,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위원회를 만들어 사법부를 실질적으로 예속(隷屬)시키려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시도에 모두가 민주주의 파괴의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삼권분립(三權分立) 위반을 민주주의 파괴로 인식하는 상식이 2024년 12·3 전후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민주당 등 거대 야당은 당시 윤석열 정권을 향해 무려 31번이나 탄핵을 시도했다. 괴기스럽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한 헌법재판소조차 단 한 건도 인용(認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도하고 억지스러운 탄핵 시도라는 것이 확인됐다. 정부 예산안의 무자비한 삭감을 통해 '국민이 직접 선출한' 행정부를 사실상 마비시키려고도 했다.
이쯤 되면 명백한 국회의 권한남용(權限濫用)이고, 형법 제91조 국헌 문란(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에 해당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만했다. 국회의 무제한 탄핵과 예산 삭감 권한이 정당화된다면,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解散權)을 부여했어야 균형이 맞다. 그래야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 행정부와 국회의 대립을 해결하는 주체자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을 만들 때 '이런' 무도한 정치집단의 탄생을 상상조차 못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비상 권한인 계엄(戒嚴)을 발령했고, 국회의 요구로 몇 시간 만에 해제했다. 계엄이 곧 내란일 수는 없다. 내란은 별도의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내란 주장을 뒷받침했던 '홍장원 메모'와 '곽종근 진술'의 신빙성은 재판 과정에서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다. 권력의 치부(恥部)가 밝혀지고 거악(巨惡)이 본색을 드러내는 '계몽령'은 여전히 계속되는 모양새이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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