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프랜차이즈 노조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쉽게 말해 프랜차이즈 상점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도 사실상 노조와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 법 통과로 개인사업자인 점주도 일정 요건을 갖춰 조직을 구성하면 프랜차이즈 본사와 협상할 수 있다.
이 개정안은 '프랜차이즈업계 민노총'으로 불리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가 연돈볼카츠 사태를 기점으로 극소수 가맹점주를 내세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이뤄낸 성과다. 과거 가짜 뉴스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를 받았던 MBC 프로듀서 출신 유튜버도 이 과정에서 큰 돈을 벌었다.
소수에 불과한 이들은 어떻게 프랜차이즈업계를 장악할 수 있었을까. 일단 목소리가 크면 가능했다. 가짜 피해자와 가짜 뉴스도 목적만 선하면 문제 없었다. '캔슬 컬처'에 열광하는 요즘 인터넷 문화는 든든한 뒷배였다.
프랜차이즈 노조화법으로 알려진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024년 6월26일 을지로위 소속 민병덕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앞선 6월17일 한겨레신문이 "백종원 믿고 계약했더니…"본사 매출 45% 늘 때 점주 40% 줄어"라는 기사를 낸 직후였다. 전가협이 연돈볼카츠 점주 일부의 "매출이 생각 보다 낮고 이익률도 낮다"는 의견을 모아 기사를 낸 것이었다.
전가협은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에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좋은 공격 대상이었다. 전가협이 기존에 압박했던 SPC나 치킨 브랜드 본사 대표 보단 연예인에 가까운 백 대표가 더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캔슬 컬처'에 알맞은 대상이었다. 캔슬 컬처란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인터넷 기반의 공격으로 지위나 직업을 박탈하려는 캠페인을 말한다.
이 시기 전가협과 같은 궤로 백 대표를 공격해 많은 돈을 번 유튜브 채널이 등장했다. 전직 MBC 프로듀서 김재환 씨가 만든 유튜브 채널 '오재나'였다. 한겨레보도가 있은 다음달부터 첫 기사를 쓴 한겨레신문 기자를 초대해 '백종원 콘텐츠'로 조회수 수입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김 씨는 초반 연돈볼가츠 사태로 시작된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지적을 해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백종원 공격'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백 대표의 대표적인 성공 신화가 된 '예산시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지적은 백종원 공격으로 둔갑
이 시기 핵심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더본코리아의 예산시장 현대화 사업 전 구(舊)시장을 주물렀던 '상인회 사무국장' 이상식 씨였다. 이 전 국장은 더본코리아의 예산시장 현대화 전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예산시장이 현대화되며 젊은 상인과 외부인이 많이 모여 '상인회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힘을 잃었다.
백 대표에게 앙심을 품었던 그는 전가협을 찾아갔다. 전가협에게 그는 천군만마였다. 전가협은 이 전 국장을 2024년 9월 국회에서 이강일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간담회 발언자로 초대했다. 시장을 돌며 전기요금 명목으로 상인들에게 돈을 걷던 사람은 가맹점주 간담회 발언자로 둔갑해 있었다.
이 전 국장은 유튜버 김 씨에게도 큰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더본코리아가 예산시장 인근 창고에 보관한 닭꼬치 비닐 포장 겉면에 '식품표시'가 적혀 있지 않아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낸 적 있었다. 취재 결과 이 닭꼬치는 더본코리아 제품이 아니었고 예산시장 영세상인이 판매를 위해 보관하던 닭꼬치였다.
김 씨가 미처 확인하지 않은 제품 아랫면에는 식품표시가 적법하게 적혀 있었다. 김 씨는 현장 취재와 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제보자 증언과 영상이 그랬다"고 답할 뿐이었다.
매일신문이 이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제보자의 왼손에 위치한 점은 이 전 국장 왼손에 있는 점과 매우 유사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국장은 별다른 해명 없이 "백종원에게 피해 본 내 물품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김재환 씨와 인연이 닿은 것"이라며 "국회 행사도 연돈볼카츠 측에서 먼저 접근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가협은 지난해 11월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변 소속 변호사,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 등과 함께 백 대표의 방송 출연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미 시위 주제는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백종원 공격으로 변질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예산시장 피해상인' 발언자로 내정된 건 이 전 국장이었다.
◇가짜 가맹점주가 주도하는 전가협
한편 시위 현장엔 송명순 전가협 공동의장도 있었다. 송 의장은 국회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은퇴 뒤 프랜차이즈를 차렸는데 월 100만원 벌기도 어렵다"는 취지 발언을 계속 해온 사람이다. 그는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를 타고 다니며 이 시위에 앞선 7일엔 서울 을지로에서 던킨도너츠 점주 자격으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던킨도너츠 가맹점주 94% 이상이 찬성한 행사를 하지 말자는 취지의 1인 시위였다. 실제 이 행사는 1인 시위로 취소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목소리 큰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잡아먹는 구조를 떠나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가 가맹점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데이터 사업자 정보 확인 결과 던킨도너츠 당진기시점 점주는 송 의장이 아니라 김모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5년 간 '청년 창업' 등의 이유로 50% 세액 감면을 받는 매장이었다. 던킨도너츠 당진기시점 관계자 역시 "이곳 대표는 김○○ 씨"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를 적극 활용했다. 송 의장은 지난 총선 때 민주당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땐 프랜차이즈 불공정행위를 증언하겠다며 가맹점주 자격으로 이정문 민주당 의원의 참고인 호출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더본코리아를 겨냥한 건 이정문 의원뿐만이 아니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백 대표를 증인으로 호출했다. 지역축제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해식 의원이 맛집 블로거 황교익의 사주를 받아 백종원 대표를 국정감사에 부른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 이해식 의원이 황교익과 동향 출신으로 서로 아는 사이고 더본코리아의 지역축제 사업 문제를 적극적으로 방송해 온 김재환 씨와 황 씨의 깊은 관계도 이미 드러나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해식 의원실 관계자는 "둘이 동향이고 몇 번 만난 적이 있긴 하지만 황교익 요청으로 백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종료 뒤 민병덕·이강일·이해식 의원은 모두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더본코리아 관련 비판을 쏟아냈다. 프랜차이즈업계 노조화법을 대표발의한 의원과 전가협을 지원해 온 의원, 지역축제 계약금액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백 대표를 국정감사장에 부른 의원이 한 데 모인 것이었다.
그 유튜브 채널은 황교익과 오래 방송을 만들어 온 한 사람이 만든 곳이었다. 백종원 축제 보다 황교익이 이끄는 지역축제가 더 낫다며 황교익 홍보 방송도 해주던 그 유튜브 채널명은 MBC 프로듀서 출신 김재환 씨가 만든 '오재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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