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폐로(廢爐)된 원전 지역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찾은 미국 메인(Maine)주 위스카셋(Wiscasset). 메인양키원전(90만㎾급)은 경제성을 이유로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멈췄지만 1천434개에 달하는 핵폐기물은 처리할 길이 없어 64개 관 속에 담긴 채 여전히 현장에 머물고 있다. 이곳은 원전 시작 전만 해도 랍스터가 많이 잡히는 경북 영덕이나 울진 같은 어촌마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도시로 빠져나가고 성장은 뒷걸음치기 바빴다. 신성장 사업에 목마르던 찰나, 원전 사업이 손을 내밀었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매년 원전에서 나오는 120억원에 달하는 세금으로 집세를 낮추고 공공시설에 대한 투자를 높여 사람들을 모았다. 도시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경제성을 이유로 폐로되자, 120억원에 달하던 세금은 8억원(핵폐기물 보관 대가)으로 급전직하하고 인구는 80%가 사라졌다. 이곳에 보관 중인 핵폐기물이 무서워 원주민들조차 짐을 쌌다.
물론 한국(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을 개인 회사가 운영하는 미국과 책임 영역 부분에서 확연히 다르다 해도, 핵폐기물 처리 등과 같은 폐로 이후 대책(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한 건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북 영덕이 신규 원전 유치에 나선 이유는 '먹고살아야 하는 절박함' 때문이다. 특히 경북 대형 산불을 겪고 바닥을 드러낸 곳간을 마주하며 신성장 사업 유치의 필요성이 더 높아졌고, 그나마 가장 좋은 기회가 이번 신규 원전 유치가 됐다.
영덕은 앞서 신규 원전 유치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바 있다. 지난 2012년 영덕군이 원전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가 막히는 손해를 견디며 신성장 사업 안착을 꿈꿨지만,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탈원전을 내세워 이를 백지화했다. 영덕군은 원전 유치를 대가로 받은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쓸 틈도 없이 이자까지 더해 409억원을 정부에 되돌려줬다. 정부의 말 바꾸기에 애먼 지역만 피해를 본 꼴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가 안정적이면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공언하자 영덕군이 다시 요동쳤다. 경북 산불로 폐허가 된 땅(영덕읍 석리 등)을 이용하면 경제성과 확장성(추가 건설)이 좋고 지척에 있는 울진 등에 자리한 송전망도 잘 구축돼 있다며 신규 원전 최적지로 영덕을 선택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영덕군이 지난 9~13일 군민 1천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규 원전 건설 후보 부지 유치 공모' 참여 찬반 조사에서 무려 86.18%에 달하는 찬성 의견이 나왔다. 영덕군은 이 압도적인 의견을 토대로, 다음 달 초 출범 예정인 원전유치·범군민위원회와 소통하며 지역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정하고 협업해 최선의 결과를 얻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사고의 가능성과 피해 규모, 노후 원전 문제, 사고 발생 시 대피와 보상, 핵폐기물(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성 등 원전이 가진 부작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주민들은 신규 원전 유치에 적극 찬성했다.
영덕 수소&원전 추진연합회 이광성 위원장은 "열악한 산업 기반 속에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영덕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현재 원전 유치 외에는 답이 없다"며 "원전이 가진 양면성을 알고 있고 정부의 말 바꾸기 행태를 겪었음에도 주민들이 원전 유치에 손을 들어준 이유는 '우리도 잘살아 보자'는 이유가 가장 크다. 정부의 신뢰 있는 행동과 책임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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