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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의 페리스코프] 해병대 준(準) 4군 체제의 구조적 위험-상징의 독립이 전투력 분산으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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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국방부가
국방부가 '준 4군 체제로의 해병대 개편' 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입구 안내 간판 모습. 연합뉴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국방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대통령, 국방부 장관, 해병대사령관이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면서 안보에 관심 있는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더니, 최근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를 '준(準) 4군 체제'로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 준 4군 체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까지 독립시키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법적 군종 독립도 아니고, 완전한 작전 독립도 아닌 상태에서 작전·지휘·인사 권한을 단계적으로 분리하겠다는 모호한 구상은, 새로운 해법이라기보다 기존 통합작전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과도기적 실험에 가깝다.

육군이 2006년 이후 17개 사단을 감축하는 동안에도 해병대 정원 2만9천 명이 유지된 이유는, 한반도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이 상시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다. 해병대는 김포·강화 반도를 중심으로 수도권 서측을 방어하는 지역 책임부대로서 존재해 왔다. 만약 해병대가 진정한 상륙작전 전력을 갖추었다면, 지역 방어를 넘어 북한 후방에 투입되어 적 전력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임무는 규모·자산·항공 및 해상 수단 측면에서 현실적 제약이 컸고, 결국 해병대는 고유 임무와 지역 방어 사이에서 딜레마를 안고 운영되어 왔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국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국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준 4군 체제로의 해병대 개편'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지휘통일 원칙의 붕괴와 작전 효율성 저하

군사작전의 기본 원칙은 시대와 기술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전쟁 원칙과 작전 원칙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통일(Unity of Command)이다. 동일한 전장에서 동일한 적을 상대하는 부대가 복수의 지휘선에 놓일 경우, 그것은 자율이 아니라 혼선이다. 이 점은 6·25전쟁 당시 미 제8군과 제10군단의 작전 혼선이 보여준 역사적 교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병 1·2사단을 육군 작전통제에서 분리해 준 4군 체제로 가겠다는 결정은 이 지휘통일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재 한국군의 지상작전은 지상작전사령부와 제2작전사령부를 중심으로 통합 운용된다. 해병대가 사실상 독립 군종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될 경우, 해병대사령관은 이들 작전사와 단순 협조가 아닌 상시적 작전 조율 체계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이는 곧 해병작전사령부 신설, 참모 조직 확대, 병력·예산 추가 소요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수도군단이 담당해 온 강화·김포 반도 축선 방어와 기동예비 운용 개념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안 없는 분리는 독립이 아니라 기동력과 응집력의 분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안보관련 전문가들이 2만9천 명으로 4성장군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인가하는 사실에 의문을 갖는다. 현재 군 병력 충원 역량을 고려 시 해병대의 확장을 고려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 교리와 임무의 불일치, 자원 배분의 역설

해병대 독립 논의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은 교리의 실질적 차별성 문제다. 한국 해병대는 지상전에서 육군과 동일한 교리로 작전을 수행한다. 상륙작전이라는 고유 임무는 존재하지만, 한반도의 지형과 작전 환경을 고려할 때 이를 상시적 대규모 독립 군종으로 유지할 만큼의 작전 수요가 있는지는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군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우리 군에 적합한 해병대 규모는 한 개 반(半) 사단 내외라는 평가가 제기돼 왔다. 상륙함, 항공자산, 해상기동 수단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독립 군종화를 추진한다면, 이는 전투력 증강이 아니라 상징만 남는 구조적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립이 '영광의 성배'가 아니라 '독약의 성배'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독립 군종은 독립된 교육·군수·보급 체계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재 해병대는 장교교육을 육·해군 병과학교와 각군 대학에 위탁하고 있으며, 보급 역시 육군 체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해상에 나가면 해군의 지원 없이는 작전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해군으로부터 분리된 상태로 PERMA(준비·탑승·연습·기동·공격) 교리를 완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 정치적 결정의 한계와 지속성의 문제

해병대를 독립 병종으로 유지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미국과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만 독립 군종으로 유지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지고 있다. 미 해병대가 육·해·공군과 별도의 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미군이 지구적 차원의 원정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원 실패의 경험과 한국전쟁 장진호 전투에서 해병 항공대가 보여준 전투 지원 능력은 미 해병대 독립의 역사적·작전적 근거였다.

그러나 한국군은 본질적으로 한반도 방위군이다. 해외 원정 작전을 상시 수행하지 않는 군대에서 해병대 독립 군종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작전적 필연성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이 결정이 작전 효율이 아닌 정치적 상징이나 공약 이행 차원에서 출발했다면, 정권이 교체될 경우 원위치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은 현 체제를 유지한 채 해병대사령관을 4성으로 격상하고, 해병대사령부를 실질적 작전사령부로 기능 강화하며, 합참 내에 해병대 3성 직위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는 지휘통일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해병대의 위상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해병대는 명예와 전통을 자랑하는 정예조직이다. 그러나 군에서 자부심은 언제나 책임과 교환되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독립은 전투력 강화가 아니라 혼선과 약화를 초래할 뿐이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안보의 최종 책임자로서 군사적 기준에 입각한 소신을 제시해야 한다. 안보는 속도가 아니라 숙고의 산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징을 키우는 결정이 아니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구조를 지키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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