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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아보니 행복이다] <끝>최경훈·김민정 부부 "구성원 모두 제 역할 할 때 가정 바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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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육아에 대한 강박 내려놔야
다자녀가정 지원책, 대상자 생애주기에 맞게 현실적으로 설계됐으면

봄 맞이 야외 나들이를 나온 최경훈·김민정 씨 가족. 최경훈 씨 제공
봄 맞이 야외 나들이를 나온 최경훈·김민정 씨 가족. 최경훈 씨 제공

최경훈(44)·김민정(45) 부부는 경북 울진군에 산다. 남편은 공무원이고 아내는 카페를 운영한다. 슬하에 자녀는 넷을 뒀다. 첫째 은우(13)는 중학생이고 둘째 연우(11)와 셋째 유현(7)은 초등학생이다. 넷째 이현(5)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아빠부터 막내까지 제 역할에 충실한 구성원으로 살자'는 게 이 가족의 모토다.

◆아내의 아이 욕심에 넷까지 낳아

아내 김민정 씨는 7남매의 넷째 딸로 자란 탓인지 결혼하기 전부터 아이를 많이 갖고 싶어 했다. 남편 최경훈 씨도 능력만 된다면 아이가 많은 게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둘째까지 낳고 보니 힘에 부쳤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첫 아이 때부터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만 두 딸 아빠로 만족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웬걸 아내가 셋째 욕심이 있는 게 아닌가. 아들을 얻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면 싫다고 했는데 성별 상관없이 그냥 셋은 있으면 좋겠다는 게 아내 의견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셋째는 아들로 태어났고 이제는 정말 끝이다 했는데 그만 생각지도 않게 넷째가 생겨버렸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이 아이가 없다고 상상하면 너무 슬플 것 같고 또 몇 년만 고생하면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겠단 생각에 지금의 여섯 가족이 됐다.

큰딸 은우는 내성적이고 차분한 아이다. 책 읽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음악 감상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가끔은 새로운 노래를 엄마아빠한테 추천도 해주는데 대부분 마음에 들고 좋았다. 둘째 연우는 스스로를 예쁘다고 여기는 자신감 넘치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다. 아이돌그룹과 친구들을 좋아하고, 끈기가 있어 본인이 하겠다고 하는 건 어떻게든 해낸다. 한 뱃속에서 나왔지만 첫째와 둘째는 성격이나 취향이 어찌나 정반대인지 모른다. 굿즈를 사더라도 언니는 웹툰, 둘째는 아이돌 관련을 산다. 외형적으로도 큰애는 둥굴둥글한 편인데 둘째는 좀 진하게 생겼다.

셋째 유현은 누나들하고 동생 영향인지 겁이 많고 여자애 같은 면이 있다. 뭔가 아니다 싶을 때면 떼를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파란색 옷을 입고 싶은데 못 입게 됐다거나 양말을 신는데 삐뚤어지거나 할 때다. 어리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는 것을 좋아한다. 근데 이게 딱 아빠 어렸을 때 판박이다. 요즘은 먹는 양이 폭발했는데 이 또한 그 시절 아빠를 닮았다.

넷째 이현은 애교가 많고 똑 부러진다. 성격으로 치면 둘째랑 같은데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를 쳐다봐 달라고 하는 게 좀 더 많다. 낯가림이 없어 친구들 보면 먼저 인사하고 아무한테나 가서 잘 얘기하고 안기는 편이다. 그래서 집에서나 바깥에서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주말 저녁에는 할머니집에 가 힘께 식사하는 것이 최경훈·김민정 씨 가족의 암묵적 룰이다. 최경훈 씨 제공
주말 저녁에는 할머니집에 가 힘께 식사하는 것이 최경훈·김민정 씨 가족의 암묵적 룰이다. 최경훈 씨 제공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강조

이들 가족이 사는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는 대중교통이 취약한 곳이다. 그래서 아이들 통학은 아빠가 출근하면서 첫째부터 셋째까지 중학교, 초등학교 순으로 내려줘야 한다. 엄마는 이보다 조금 늦게 집을 나서 막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곤 카페로 출근한다.

하지만 아이들 하교 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학원까지 갔다 오면 오후 5시쯤 되는데 부부는 둘 다 6시 이후라야 움직일 수 있다. 이 때 도움을 주는 이가 인근에 살고 있는 최경훈 씨 모친이다. 아이들 픽업은 물론 비상상황에 언제든지 달려와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은 주말에도 이어진다. 평일에는 아이들 귀가만 도와주고 함께 밥을 먹거나 하는 시간은 없기에 주말 저녁엔 거의 대부분 할머니집에서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할머니 사이의 케미(화학반응)가 상당히 좋다.

주말에는 아빠도 바쁘다. 카페 영업 때문에 쉴 수 없는 엄마를 대신해 육아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주말 루틴은 아침에 애들 밥 먹이고 함께 동영상 보며 놀다 운동을 하러 나가는 식인데 저녁 마침표는 무조건 할머니집이다.

최경훈 씨는 "주변에서 아이 넷 키우는 비결이 뭐냐 종종 묻는데, 부부간 역할 분담이랄까 특별한 육아 노하우는 없다"며 "할 일이 널려 있기 때문에 그걸 할 수 있는 시간, 여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때그때 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최경훈·김민정 부부와 네 자녀가 야외 나들이를 나와 활짝 웃고 있다. 최경훈 씨 제공
최경훈·김민정 부부와 네 자녀가 야외 나들이를 나와 활짝 웃고 있다. 최경훈 씨 제공

◆학생 역할, 부모 역할 명확해야

최경훈· 김민정 부부의 교육관은 '정도를 걷자', '기본은 하자'는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도 되는 일을 잘 구분하자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방황하거나 고민하지 말고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생기고 잘하는 것도 생긴다고 말이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갖춰야 할 기본적인 교양과 소양, 지식을 배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해준다"며 "아빠와 엄마의 역할이 있듯, 그것이 현재 자신들의 역할임을 잊지 말라고 훈육한다"고 했다.

가정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할 때 신경 쓰는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부모 의견만 내세울 때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의 생각과 특징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여기다 아이들에게만 제 역할 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부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부단히 애쓴다. 가족 구성원 모두 제 역할에 충실할 때 가정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최경훈 씨는 "어디서 들었는데 아빠의 역할은 아이들한테 세상을 열어주는 것이라 하더라"며 "우리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갈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 기억 속에 늘 멋진 아빠로 남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크면 아빠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알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최고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최경훈·김민정 부부의 네 자녀가 친할머니 칠순 기념 파티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경훈 씨 제공
최경훈·김민정 부부의 네 자녀가 친할머니 칠순 기념 파티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경훈 씨 제공

◆현실 받아들이는 육아 마인드 필요

아이 넷을 키우면서 깨달은 게 있다. '육아에 있어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조금은 부족해도 여유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막내가 기저귀도 못 뗄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겪은 에피소드 때문이다. 당시 한 아이는 울고 나머지는 배고파, 밥 안 먹을래, 음료수 사줘, 뽑기 하고 싶어 등 저마다 다른 요구를 해 대는 것이다. 기저귀도 갈아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떼를 쓰니 팔다리가 따로 놀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부부는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되니까 허탈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때 완벽한 육아에 대한 강박이 깨졌다. 지금 생각하면 참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이들에 대한 걱정은 줄지 않고 늘기만 한다. 애 하나가 밖에 나가도 혹시 무슨 일이 있지 않나 걱정되는데 네 명이나 되니 걱정거리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애들끼리 싸울 때도 누구 하나 편 들어줄 수 없으니 마음 상하지는 않았나 괜히 눈치 보게 된다. 부모의 관심을 네 명한테 나눠 써야 하니 하나하나에겐 부족하지 않을까 미안해질 때가 많다.

다자녀를 둔 부모로서 그 한계를 자책하다가도 아이들끼리 깔깔 대며 웃는 모습을 보노라면 걱정은 온데 간데 사라진다. 아이들끼리 서로 챙기고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모습을 보면 든든하고 행복하다. 가족끼리 게임을 할 때면 다들 즐거워하는데 아이들이 더 크면 그땐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

◆"6식구 오순도순 살 집 없나요"

이들 부부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바로 집 문제다. 요즘은 아이들끼리 같은 방을 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집의 경우엔 최소 5개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나 주택에는 4개 이상이 거의 없기에 대안은 새로 집을 짓는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어찌어찌 구겨 살고 있는데 애들이 커갈수록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최경훈 씨는 "자녀가 셋 이상인 가정을 보면 주거가 정말 열악하다"며 "다자녀가정 지원책 중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저금리 주택 대출 등과 같은 주거환경 개선 부분"이라고 주문했다.

또 육아수당, 출산수당 등 다자녀가정을 위한 정부 지원이 대부분 출산 후 5년 안에 끝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아이들에게 한창 돈 들어가는 것은 그 이후인데 이 때 지원금이 끊기는 게 제일 힘들다는 것이다.

부부는 "우리 가족 상황에 맞는 적당한 크기의 집을 지어 사는 것이 소원이자 목표인데 이게 그렇게 큰 욕심이냐"며 "부디 다자녀가정 지원정책이 대상자의 생애주기에 맞게 현실적으로 설계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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