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을 크게 알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14회 서상돈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상태 ㈜PHC 회장은 인터뷰 자리에서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201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을 때도 별도의 언론 공개 없이 조용히 수훈했다. 인터뷰 현장 분위기는 차분했다. 질문을 받으면 잠시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 표현은 절제되어 있었지만, 산업 환경과 기업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는 분명한 원칙이 느껴졌다. 그는 "기업은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14회 서상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이었나
▶과분한 상이라고 생각했다. 지역에서 기업을 하며 맡은 역할을 해왔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서상돈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생각하면 개인의 영광이기보다 기업인으로서의 자세를 다시 돌아보라는 엄중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 1988년 국내 기업들이 아직 걸음마 단계일 때 프랑스 발레오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우리는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이었고, 국내 기업들 역시 해외 기술을 배우는 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단순한 기술 도입에 머무르기보다, 글로벌 기업의 시스템과 경영 철학을 함께 배우고 싶었다. 여러 파트너사를 물색하던 중 프랑스 발레오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동반 성장을 지향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파트너십의 핵심은 신뢰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문화와 경영 방식이 전혀 다른 외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40년 가까이 유지해 왔다.
▶합작은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구조여야 한다. 한쪽이 우위를 점하려 하면 오래가기 어렵다. 우리는 5대 5 지분 구조를 유지하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했고,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원칙이 오늘까지 합작이 이어질 수 있었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 2017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사양하고 싶었다. 개인이 받을 상이라기보다 함께해 온 조직과 파트너의 공로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 대사관에서 직원들과 가족들만 모여 조용히 수훈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합작 모델이 양국 경제 협력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 것으로 안다. 결국 사람과 신뢰가 만든 결과라고 본다.
- 최근 자동차 부품 산업 환경을 어떻게 보나.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각국의 산업 정책도 갈수록 자국 보호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 속도 역시 매우 빠르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근무 제도와 산업 환경의 차이도 존재한다.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는 있지만 비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의 강점은 창의성과 기술 응용력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을 적극 활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해법은 내부 역량 강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 올해 1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발전재단 초대 임원으로서 1억원을 후원했다.
▶지역의 기초 과학 인재 육성은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반 인재가 지역에 뿌리내려야 기업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 기반을 만드는 일에 기업이 일정 부분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고 본다.
- PHC큰나무복지재단을 통해 오랜 기간 사회공헌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들꽃마을' 봉사를 계기로 기업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전 직원이 수년간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그 과정이 조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후 매년 150여 명가량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들을 선발해서 졸업할 때까지 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시작했고, 이는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회성 지원보다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20여 개 이상의 사회봉사단체와 협력하여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 지역 사회와 함께 존재한다. 사회적 책임 역시 선택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오늘날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어떻게 해석하나.
▶넓은 의미의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태도라고 본다. 오늘의 산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과 지역사회 모두가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후배 기업인이나 젊은 창업가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원칙이 있다면
▶과거에는 성실함과 근면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산업 환경의 변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이제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흐름을 읽을 줄 아는 통찰력과 실행력이 함께 요구된다. 연구개발 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구조까지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환경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결국 사람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인성과 신뢰는 오래 간다.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조직을 오래 이끌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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