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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의 두발 산책] 걸어서 만나는 가장 오래된 대구… 선사시대 역사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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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인들이 퀵보드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의 미니어처. 현대 속에 숨어든 선사인 조형물을 통해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선사인들이 퀵보드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의 미니어처. 현대 속에 숨어든 선사인 조형물을 통해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하면 '근대' 유산이다. 수많은 예술가와 독립운동가가 머물렀던 흔적은 대구의 대표 관광 아이템으로 불린다. 하지만 우리 생각과 달리, 대구의 역사는 그리 짧지 않다. 제대로 된 문자가 없던 시절부터 대구는 인류의 보금자리였다.

비교적 각광받지 못했던 그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산책 코스를 소개한다. 달서구의 '선사시대로' 산책을 통해 그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여러 산책코스 중에서도 가장 최근 조성된 코스를 따라 걸어봤다.

대구 달서구 선돌공원과 선돌마당공원 사이에 놓인 선돌보도교. 근대의 도시 대구 뒤편에 숨은 2만 년 역사가 이 길 위에 펼쳐진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달서구 선돌공원과 선돌마당공원 사이에 놓인 선돌보도교. 근대의 도시 대구 뒤편에 숨은 2만 년 역사가 이 길 위에 펼쳐진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대구의 시작, 2만 년 전으로

2006년, 월성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눈에 띄는 돌이 출토된다. 긁개, 새기개, 찌르개, 좀돌날 등 인위적으로 만든 흔적이 역력한 모양이었다. 이때 출토된 구석기 유물은 무려 1만 4천175점이었다.청동기부터 인간이 살았을 거란 기존 추측과 달리, 대구 역사의 시작은 2만년 전 구석기였다.

유물들은 입을 모아 한 가지를 말한다. 대구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정주하기 좋은 곳이었다. 특히 달서구 월배선상지 근처는 마을이나 경작지가 자리 잡기 딱 좋았다. 특히 청동기 시대 사람들은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꾸렸을 가능성이 높다.

당대 유적을 살펴보면, 대구는 '폐쇄'된 도시가 아니었다. 추론의 근거가 되는 건 '흑요석'이다. 흑요석의 산출지는 백두산인데, 그 먼 곳에서부터 대구까지 물자가 이동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흑요석은 가공까지 끝나, 아마도 경기 등 중부지방을 먼저 거친 뒤 대구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그저 두 다리만 있었을 원시인들이 대구와 백두산을 들락거렸을 풍경이 상상이나 되는가.

북슬북슬한 털과 긴 코를 재현한 4m 크기 매머드 모형. 움직임과 소리로 선사시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북슬북슬한 털과 긴 코를 재현한 4m 크기 매머드 모형. 움직임과 소리로 선사시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삶의 터전, 공원에서 되살아나다

이곳저곳을 교류하다가 보금자리인 대구로 온 이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그 흔적을 '선돌공원'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청동기 시대 원시인들의 거주지 모형에 들어가 볼 수 있다. 당시 잠자리는 구덩이를 파서 조성했다. 바닥에 불을 피워 흙을 단단하게 해, 습기가 올라오는 걸 막는 아이디어까지 돋보인다.

움집 근처에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붉은색 털옷을 두른 원시인 미니어처는 과일을 따 먹거나, 땅을 파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리조리 둘러보면 선사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장식품이 가득하다.

"뿌우우우!", "앗 깜짝이야!". 길게 뻗은 코를 따라 울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북슬북슬한 털과 하늘로 솟은 뿔까지 재현된 4m짜리 '매머드 모형'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다. 움직일 줄 몰랐던 행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황급히 자리를 뜬다.

실제 유적도 둘러볼 수 있다. 아파트 신축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고인돌은 공원 외곽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 상인동에서 출토된 고인돌은 두껍고 거대해 원시인들이 돌을 어떻게 옮겼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이와 달리 진천동은 납작한 '돌침대'와 유사해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대구 달서구 선돌공원과 선돌마당공원 사이에 놓인 선돌보도교 너머로 선사 유적과 현대식 공원이 어우러져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달서구 선돌공원과 선돌마당공원 사이에 놓인 선돌보도교 너머로 선사 유적과 현대식 공원이 어우러져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가장 오래된 역사, 놀이로 함께

선돌공원과 선돌마당공원을 이어주는 보도교 역시 눈길을 끈다. 거대한 선돌이 흙빛 고가교를 떠받치는 구조다. 계단은 마치 손수 만든 듯 칸마다 높이가 들쑥날쑥해 조심히 올라야 한다.

이 '선돌'은 실제 월암동에서 5개나 발견됐다. 선돌은 장례에 기념물로 사용했거나, 수호·풍요를 기원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혹은 이정표, 지역의 경계를 뜻하는 실용적인 물건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선돌을 따라 둥글게 말려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가면, 어두운 굴에 도착한다. 굴 벽면에는 선사시대에 살았을 사슴, 멧돼지를 잡는 원시인의 모습이 조각돼 있다. 보도교 중앙은 양쪽 벽면이 투명한 유리인 덕분에, 공원의 전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선사시대 분위기를 가미한 현대식 놀이터. 아이들은 공룡 뼈 모양 놀이기구와 발굴 체험 공간에서 놀며 자연스럽게 대구의 가장 오래된 시간을 만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선사시대 분위기를 가미한 현대식 놀이터. 아이들은 공룡 뼈 모양 놀이기구와 발굴 체험 공간에서 놀며 자연스럽게 대구의 가장 오래된 시간을 만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보도교를 지나 선돌마당공원으로 내려오면 분위기는 또 한 번 반전된다. 이 곳은 선사시대 분위기가 가미된 현대식 놀이터에 가깝다.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날도 아이들은 추위도 잊고 공룡의 뼈 모양 놀이기구에 올라탔다. 형형색깔 칠해진 미끄럼틀을 오르내린 뒤, 지친 아이들은 '움집' 모양의 평상에 앉아 숨을 골랐다. 몇몇 아이들은 발굴을 체험할 수 있는 흙더미에 앉아 모래를 만졌다.

걷다 보면 놀이터가 되고, 다시 유적이 된다. 달서구 '선사시대로' 산책길은 기나긴 설명보다는 풍경으로 대구의 시간을 말한다. 근대의 도시 뒤편에 숨겨진, 가장 오래된 대구의 이야기가 산책로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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