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다가오는 2차 공공기관 유치를 준비하던 김천혁신도시에 비상이 걸렸다. 인구 500만명 규모의 초광역 경제권을 무기로 중앙정부와 대등하게 협상하려던 청사진이 흔들리면서 김천시의 유치 경쟁력도 크게 훼손됐다.
전문가들은 정치권 협의에 따라 통합이 재추진될 불씨는 남아있으나, 당장 닥친 유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미래 모빌리티 실증 클러스터 완성을 필두로 한 자생적 '혁신도시 2.0' 전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라진 '500만 통합 프리미엄'…대구경북 '각자도생' 위기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후 논의' 명목으로 심사가 보류되며 추진 동력을 크게 잃었다. 공론화 부족과 대구시의회의 '졸속 통합 반대' 등이 표면적 이유지만, 본질은 광역-기초 지자체 간 심각한 이견 조율 실패에 있다.
특히 대구 중심의 흡수 통합을 우려한 경북 북부권 8개 시·군의회 의장단이 연대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경북 내부의 극심한 분열이 명분을 크게 훼손했다.
이러한 행정통합 무산 위기는 당면한 2차 공공기관 이전 시장에서 대구경북의 지위를 크게 떨어뜨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이전은 단순한 분산을 넘어 지역 산업 구조와 맞물려 파급효과를 내는 질적 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초 대구와 경북은 행정통합이 성사될 경우 대구의 인공지능(AI)·로봇 기술 기관과 경북의 에너지·바이오 지원 기관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요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거대 경제권의 협상력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지금 대구(신서혁신도시)와 경북(김천혁신도시 등)은 하나의 파이를 두고 다투는 경쟁자로 전락했다. 부·울·경 등 타 광역지자체들이 연합해 굵직한 핵심 기관을 쓸어가는 동안, 대구와 경북은 각자 로비전에 에너지를 소모하며 소규모 기관 몇 개를 배정받는 데 그칠 위험이 커졌다.
◆비혁신도시 총공세에 도내 파편화 겹친 '사면초가'
김천혁신도시를 옥죄는 외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구 소멸 직격탄을 맞은 비혁신도시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북 내 안동, 문경 등 30여 개 기관 이전을 검토 중인 지자체들을 비롯해 전국 13개 인구감소 지역 단체장들은 강력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혁신도시 위주의 이전 정책은 오히려 주변 인구를 빨아들여 인구 소멸을 가속화시켰다"며 "국토 균형발전 취지를 살리려면 2차 이전은 반드시 인구감소도시를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내 권역별 파편화 현상도 김천의 고립을 심화시킨다. 현재 도내 자원은 각자의 지리적 특성에 맞춰 빠르게 분산되고 있다.
경산·영천 등 남부권은 모빌리티 연합도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가동하며 대구·울산의 배후 기지화를 노리고 있다. 안동·예천 등 북부권은 3조1천639억원 규모의 바이오·관광·에너지 신활력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한정된 예산과 행정력을 두고 김천이 속한 서부권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김천이 2차 유치 전략으로 내세운 '미래 모빌리티 특화'는 남부권 구상과 겹쳐 내부 갈등마저 우려된다.
◆통합 재추진 불씨 살리며 '혁신도시 2.0' 돌파구 찾아야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김천시는 이 불씨를 주시하되 2차 이전 계획 발표 전까지 위기를 뚫기 위한 독자적인 혁신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먼저 기존 1차 이전 기관인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인증 권한을 십분 활용해 김천을 대한민국 미래 모빌리티 실증 클러스터로 브랜드화해야 한다.
무작정 덩치 큰 기관 유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 데이터 보안 센터나 모빌리티 융합 연구소 등 김천 실증 인프라와 결합해 즉각적인 연계 효과를 낼 중소형 알짜 기관을 1순위로 노리는 편이 합리적이다.
남부권과 갈등을 빚기보다 인증은 김천이 맡고 부품 제조는 경산·영천이 맡는 통합 가치사슬 구상을 중앙정부에 역제안하는 대승적 전략도 뚜렷한 실행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 다부처가 지원하는 혁신 플랫폼 법제화를 통해 지역 대학과 공공기관 그리고 향토 기업이 융합하는 튼튼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출퇴근 자율주행 셔틀 등 '김천형 스마트도시' 완성을 통해 IoT와 AI기반의 최고급 정주 환경을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김천 경제계 관계자는 "행정통합이라는 든든한 우산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생적 혁신 생태계 구축만이 김천혁신도시의 운명을 가를 2차 공공기관 유치전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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