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가 아직 34개월 남았다. 취임 이후 통상 압박은 구체적 법적 근거를 갖춘 관세 부과로 바뀌었다.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IEEPA)에 제동(制動)을 걸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라는 우회로를 통해 전 세계 수입품에 최대 15% 글로벌 관세 부과에 나섰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넘어 미국의 재정 적자를 타국에 전가하려는 구조적 전략의 일환이며, 동시에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승부수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무역법 301조의 정밀 공세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 산업 등 제조업 분야 과잉 생산 여부를 조사하려고 한다. 주력 수출 품목의 미국 내 점유율에 대한 조정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다. 디지털 경제 영역으로의 전선(戰線) 확대는 더 우려스럽다. USTR은 최근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와 데이터 국외 이전 제한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명시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여부와 연동해 디지털 서비스 분야 양보를 압박할 태세다.
거시경제 지표도 걱정이다. 당초 2%대 성장을 예측했던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중동 전쟁 여파로 전망치를 1.7% 이하로 일제히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유가가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이 고착화될 경우, 성장률이 1.5% 미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천연가스(LNG)의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유가 급등에 따라 산업 생태계가 치러야 할 비용과 수출 경쟁력 상실분은 감당 가능한 수준을 위협한다. 고유가와 원자재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제조업 경쟁력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掌握)할 경우, 현재 임시 관세는 입법을 통해 영구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더 공격적인 행정명령과 통상법 조항을 동원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미국 우선주의' 흐름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에게 더욱 가혹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부 지침 재수정이나 반도체 보조금의 전제 조건 변경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우리 기업들의 자산을 전략적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현지 공장 설립과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고강도 보복 조치로부터 면제권(免除權)을 얻어내는 실질적 협상 지렛대가 돼야 한다. 에너지 안보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의 안정성도 재점검해야 한다. 93%를 웃도는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지 않고는 중동발 리스크처럼 위기 때마다 경제 전체가 마비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수출 구조의 과도한 대미 의존도를 완화하고, 에너지 수급 체계를 다변화하며, 디지털 규제 주권을 통상 협상의 희생양으로 내주지 않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중간선거 이후 거세질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한국 경제에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치밀한 데이터와 정교한 법리로 무장해야 거친 파고 속에 한국 경제를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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