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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보는 고사성어]<20>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 스스로 살기를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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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호르무즈 발 빼는 트럼프…각자도생 경제·안보 시험대; 안보 파산 선언 '각자도생' 정글 된 호르무즈; 국민의힘, 각자도생의 길로> 등등. 여기저기서 각자도생을 외쳐대는 절박한 시대다. 이란과 미국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각자도생해야 한다. 정치 상황도 마찬가지다. 뿔뿔이 흩어져 제각기 살길을 찾아야만 하는 저 콩가루 집안 정당을 보면 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은 "각자 각, 스스로 자, 꾀할 도, 살 생"으로 "각자 스스로 살기를 꾀한다"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국가든 뭐든 공동체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으니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뜻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각자도생'은 중국・일본에서는 쓰지 않고 한국에서만 즐겨 쓴다. 왜 그럴까? 국민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한심한 지도자들 탓인가. 각자도생이란 말이 넘쳐나는 시대는 불안한 상황임을 말해주므로, 정치인들은 함부로 이 말을 내뱉어선 안 된다.

각자도생이란 네 글자가 『조선왕조실록』 선조 27년(1594년) 9월 6일 자에 처음 나온다고 하나,사실이 아니다.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조경남(趙慶男, 1570∼1641)이 쓴 『난중잡록(亂中雜錄)』이 앞선다. 이 책은 선조 15년(1582)부터 인조 15년(1637)까지 약 57년간, 국내외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일기체의 형식으로 기록한 야사이다.

이 책 속의 선조 24년(1591) 항목에, 명나라 사람 허의후(許儀後)가 일본에 포로로 잡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침공을 눈치채고 자국에 상소한 글이 소개되는데, 여기에 '각자도생'이 보인다. 즉 "전투하기 전에는 다들 큰소릴 치지만 싸움터에 임해서는 각자 무서워서 떨고, 전투하기 전에는 다들 목숨을 버릴 수 있다지만 전진(戰陣)에 임해서는 각자 살기만을 꾀합니다(各自圖生)"

그 3년 뒤, 선조 27년(1594) 9월 6일 자에는, 다음과 같은 선조의 명령이 나온다. "평양의 싸움에서 패한 뒤 왜적은 분한 김에 도성의 백성을 다 죽이고서 물러갔는데, 이제 또한 이런 일이 필시 있을 것이다…미리 알려 줘서 각자 살 일을 꾀하도록 하라(使之各自圖生事)" 그런데 '각자도생'이 아닌 '각자도생사'로 나온다.

이후, 각자도생이란 성어는 조선시대의 여러 문집에 등장한다. 나아가 구한말 및 일제강점기에 이르면 빈출한다. 예컨대 고종 37년(1900), 동학농민혁명에 가담했던 이유형(李裕馨)은 그를 붙잡아 심문한 검사에게, "많은 사람을 규합하여 각자 나무 방망이를 든 것은 동비(同匪: 동학 무리)를 방어하려는 '각자도생'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진술했단다(『관보』제1683호, 광무 9월 19일). 아무런 보호 없이 제각기 살아남아야 했던 민초들의 고통을 가늠할만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최고이니 존엄한 죽음마저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생'을 '사(死)'로 바꾼 '각자도사'라는 말도 생겨났다. "각자 스스로 죽기를 꾀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라는 공동의 주어가 사라진 시대다. 각자 무소의 뿔처럼 홀로서 가야 한다. 천양희 시인은 <실패의 힘>이라는 시에서 '각자도생'의 아픔을 말했다. "내가 살아질 때까지/아니다 내가 사라질 때까지/…철저히 혼자였으므로/나는 홀로 우월했으면 좋겠다/지상에는 나라는 아픈 신발이/아직도 걸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이렇듯 자립과 자유는 홀로 살아남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철저히 홀로서기가 가능한 '독한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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