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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말을 줄일수록 더 잘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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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있는 브랜드는 말수가 적다. 사진: midjourney 제공
자신감이 있는 브랜드는 말수가 적다. 사진: midjourney 제공

광고를 보면서 나는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여기서 뭘 더 뺄 수 있을까?"

13년째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습관처럼 굳어진 버릇이다. 식당 메뉴판을 봐도, 아파트 분양 현수막을 봐도, 약국 앞 입간판을 봐도 같은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대부분 답은 같다. 더 줄일 수 있다. 훨씬 더.

광고주들에게는 공통적인 욕망이 있다. 다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품질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서비스도 친절하고, 위치도 편리하고. 그 모든 것을 광고 한 편에 담으려 한다. 그 마음은 이해한다. 피땀 흘려 만든 것들이니 다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돈 쓰는 사람의 심정이다.

그런데 소비자의 현실은 다르다.

사람은 하나의 광고에서 하나의 메시지밖에 가져가지 못한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구조 문제다. '주의'는 희소한 자원이다. 광고를 보는 사람은 그것을 분석하러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열 가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는 결국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난다.

나이키의 "Just Do It"은 고작 세 단어다.

1988년 처음 등장했을 때 이 카피를 둘러싼 내부 반응은 냉담했다고 한다. 제품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고, 브랜드의 강점도 없고, 심지어 무엇을 사야 하는지도 없다. 그런데 이 세 단어는 이후 36년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광고 문구 중 하나로 자리를 지켰다.

왜였을까.

이 문장은 제품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었다. 달리기도, 농구도, 다이어트도, 인생의 결단도. 듣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로 채울 수 있는 빈자리를 만들어 둔 것이다. 말을 줄였더니 오히려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되었다.

드비어스의 "A Diamond is Forever" 역시 마찬가지다.

1947년 카피라이터 프랜시스 게레티가 쓴 이 네 단어짜리 문장은 광고사에서 20세기 최고의 카피로 꼽힌다. 그러나 이것이 흥미로운 이유는 문장의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다.

이 카피가 등장하기 전까지 다이아몬드 반지는 약혼의 필수품이 아니었다. 드비어스는 이 짧은 문장 하나로 다이아몬드와 영원한 사랑을 등치시켜 버렸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 공식을 심은 것이다.

결혼 = 다이아몬드.

네 단어가 하나의 산업 문화를 만들어냈다.

반면, 할리 데이비슨은 한때 TV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오너 클럽 HOG(Harley Owners Group)였다. 말을 줄이는 것을 넘어, 광고 자체를 없앴다.

대신 고객이 직접 브랜드의 말을 하게 만들었다. 가장 짧은 광고는 광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몸에 새겨진 할리 데이비슨 문신이 그 어떤 카피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다.

나는 카피를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문장에서 단어 하나를 빼면 의미가 달라지는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단어는 없어도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이 핵심이다.

광고가 모든 것을 설명해 버리면 소비자의 상상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여백이 없는 광고는 소비자를 밀어낸다. 여백이 있는 광고가 소비자를 끌어당긴다.

기억하라.

광고는 결국 '나머지를 포기하는 일'이다. 내 손에 모든 것을 쥐려고 할 때, 우리는 단 하나도 취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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