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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석민] 계급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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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계급'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자원과 교육 수준, 사회적 영향력 등에 따라 구분되는 사람들의 계층적 집단을 의미한다. 칼 마르크스는 경제적 요인이 유일한 계급(階級) 결정 요인이라고 보고 생산 수단 소유 여부에 따라 자본가와 노동자로 구분했다. 반면 막스 베버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명성, 정치적 영향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계층(階層)이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사를 돌이켜보면, 혈통(血統)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진출이 결정되었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점차 능력과 법적 구분을 강조하는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삼국시대의 폐쇄적 신분제가 고려시대에 다소 유연화하며 '귀족(貴族) 중심의 사회'로 자리잡았고, 조선시대에는 법적으로 양인과 천민의 양천제(良賤制: 실제로는 양반, 중인, 평민, 천민으로 구분)가 시행되었다.

신분제(身分制)는 1894년 갑오개혁 때 법적으로 폐지됐다. 대한민국은 건국 때부터 '사회적 특수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진심이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 건국 정신 그 자체였다. 그래서 서구 사회가 오랜 투쟁을 통해 여성 참정권(參政權)을 획득한 것과 달리, 한국은 1948년 제헌 헌법에 따라 5·10 총선거부터 제도적으로 도입·시행 되었다. 프랑스(1944년)와 비슷하며 스위스(1971년)보다 훨씬 앞섰다. 당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가장 가난했던 나라' 한국이 어느덧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런 한국 사회에 계급도(階級圖) 인터넷 밈(meme;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사라졌던 계급이 부동산, 아파트, 자동차, 학벌, 재산, 각종 사치품에서부터 유모차·카시트·운동화·젖병에 이르기까지 계급도란 이름으로 다시 부활한 셈이다.

작은 물건까지 급(級)을 나눠 부(富)를 시각화하는 물질주의의 천박함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상류층을 다 모방하지는 못하지만 특정한 물건 하나를 소유하면 나도 그걸 쓰는 계층에 속한다는 환상(幻想)을 갖는 소비심리를 파노플리 효과라고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환상 속으로 몰입하는 건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때문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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