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건축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복잡한 설계 최적화와 현장 안전 관리, 나아가 건축 행정의 지능화까지 AI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의 과실이 일부 대형사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AURI)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회의실센터에서 '건축분야 AI 기술 도입 동향 및 미래 대응 방향'를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열었다. AURI가 올해 수행 중인 'AI 기술 도입에 따른 건축분야 변화 분석 및 정책적 대응전략 연구'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행사에는 관·산·학·연 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들은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신에 주목했다. 조태용 dA건축 AX센터 본부장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설계 실무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700명 규모의 dA건축은 알고리즘 기반 대안 검토, AI 이미지 생성, 통합 AI 플랫폼(dAI+) 구축 등을 통해 프로젝트 검토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일 잘하는 사람이 AI도 잘 쓰더라"며 "AI는 도구이고,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공 단계에서도 변화는 빠르다. 권순욱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AI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위험 감지, 공정 관리 자동화, 디지털 트윈 등을 소개하며 "AI를 안 쓰는 엔지니어는 도태되고,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엔지니어는 능력이 올라간다"며 기술 수용 여부가 산업 내 격차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축 행정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우 AURI 부연구위원은 AI와 BIM(건축정보모델링)을 결합하면 인허가 처리 기간을 75% 이상 단축할 수 있고, 건축 민원의 90%가 자동 체크리스트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AURI가 개발해 운영 중인 AI 건축 법령 해석 지원 시스템은 평균 질의응답 시간 17초, 법령 질의응답 정확도 73%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술 발전의 이면이 조명됐다. 특히 대형 건축사와 중소·지방 업체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매일신문 홍준표 기자는 "대형사는 막대한 데이터와 자본으로 AI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전국 건축업체의 대다수인 중소업체와 지방 업체에게 AI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며 "지방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기로 작업일보를 쓰는 고령 소장들이 많다. 디지털화도 안 된 현장에서 AI를 이야기하는 것은 기초 공사도 안 된 상태에서 지붕부터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공공 역할 확대 요구가 제기됐다. AI 등 기초 도구를 공공재 성격의 오픈 API로 개방하고, 중소업체가 클라우드 기반 AI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독료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AI 역량이 중소업체의 입찰 진입 장벽이 되지 않도록 대형사와 중소사 간 컨소시엄 구성 시 가점을 부여하는 상생 제도 마련도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기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제승 서울대 환경설계학과 교수는 "AI 도입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검증의 문제"라며 "기술이 발전해도 사회적 컨센서스와 제도적 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정한 혁신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상규 AURI 선임연구위원은 "AI로 인해 한 건축사나 공무원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이 폭증하는 부작용에 대한 제도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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