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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쌤의 리얼스쿨] 지금은 장난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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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이 느끼는 장난의 허용 범위·기준 모호
누군가는 단순 장난으로 큰 상처 받을 수 있어

학생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학생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한 여학생이 찾아와 하소연했다. 같은 반 남학생이 계속 다른 친구를 자기와 이어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해당 남학생을 불러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니 그냥 장난이었다며 자기 친구가 그 여학생에게 호감이 있어 보여 도와주려고 한 것일 뿐이라 말했다. 누구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한 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다른 누구는 너무 괴롭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난'이라는 말, 정말 주관적인 단어이다. 개개인이 느끼는 장난의 허용 범위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장난이 상처나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난을 치는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니라 그 장난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눈치나 융통성이 없는 것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어떤 게 맞는 것일까. 정말 장난은 가볍게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괴롭힘으로 정의되는 건 한순간

남학생 두 명이 찾아왔다. A는 B를 이르고 B는 A를 이른다. 어느 날은 둘이 잘 어울려 놀다가 어느 날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처럼 으르렁거린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서로 노는 방식이다. 상대방의 필통이나 슬리퍼를 숨기거나 멀리 던져 놓기, 부모님의 이름을 언급하며 놀리기, 책상 서랍이나 사물함을 마구 어지럽히기 등이 그것이다.

수요일에 그런 식으로 놀길래 걱정이 되어 지도했더니 서로 괜찮다며 웃었는데 불과 이틀 뒤인 금요일에는 다시 교무실로 찾아 와 수요일에 그랬던 것까지 실은 기분 나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의 감정은 수시로 바뀌는 법. 2시간 뒤의 내 감정이 어떨지는 사실 본인도 모른다. 그러니 굳이 이런 지나친 장난을 치며 서로의 감정을 건드릴 필요가 무엇이 있단 말인가.

꼬이고 꼬인 관계를 파고 들어가 보면 이렇게 노는 방식이 습관화, 고착화되어 이런 방식이 아니면 어떻게 상대를 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괴롭힌 아이도, 괴롭힘만 당한 아이도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좀 전까지만 해도 같이 치던 장난이 한쪽의 기분 나쁨에 의해 갑자기 괴롭힘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황당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여태까지 재밌게 잘 놀다가 갑자기 왜 딴소리하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장난보다 훨씬 급하고 중요한 것

장난이 심한 아이들은 마치 도파민의 이끌림에 따라 더 심한 행동을 추구하는 듯 보인다. 조용하고 차분하며 진지한 대화는 따분하게만 여긴다. 그런 아이들일수록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고, 자기 자신도 돌아보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심한 장난을 지도할 때 자기들은 서로 괜찮은데 왜 선생님이 오바하느냐는,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는데 뭐가 문제냐는, 혹은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 보라는 나의 말에 그 정도 장난은 받아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듯한 태도나 자세를 느낀 적이 많다.

처음에는 정말 이상하고 이해도 안 됐다. 그런데 내가 이 아이들을 지도할 때마다 사사건건 '왜 슬리퍼 숨겼니?', '왜 친구 부모님 이름을 함부로 얘기했니?'처럼 묻기만 해서는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 아이들을 끝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니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수많은 경위서 묶음 앞에서 나는 좀 더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는 어떤 아이로 기억되고 싶니?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싶니?'

장난만 치는 아이라고 해서 결코 장난스러운 아이로만 기억되고 그렇게 자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어른들보다 또래의 시선과 자기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중요한 청소년 시기. 나의 이 질문에 아이는 사뭇 진지해졌다. 그리고 당황했으며 두려워했다. '죄송합니다'라는 영혼 없는 한마디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던 계획은 틀어져 버리고 갑자기 묵직한 질문을 해대니 외면하고 싶을 만도 하다.

아이들의 장난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나는 그 장난으로 누군가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음을 끊임없이 가르친다. 장난은 계속되지만 자신이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아이라면 언젠가 그 장난과 이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옆에서 나는 장난보다 훨씬 급하고 중요한 것(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기)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조운목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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