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국가별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미 대법원의 판결로 '한미 조선협력(MASGA)' 추진에 일시적 혼선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9일 국회가 여야 만장일치로 약칭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키며 조선협력 추진이 확정되었다. 한국은 상호관세율을 15%로 조정하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결정했고 이 중 1,500억 달러를 조선협력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도 조선·해운 산업 재건에 본격 착수했다. 2026년 2월 국가안보보좌관 주도로 '해양행동계획(MAP: Maritime Action Plan)'을 수립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해양안보신탁기금'을 설립했다. 외국 건조 상선으로 운송한 수입화물에 킬로그램 당 1~25센트의 항만수수료를 부과해 최대 1조 5,000억 달러의 재원을 조성하여 미국 조선소의 현대화, 조선·해양인력 양성, 조선 산업 생태계 구축 등에 활용한다. 한국은 미국 내 두 곳에 '한미 조선·해양산업 기술협력센터'를 설립해 스마트 조선소 건립, 기자재 공급망 구축, 연구개발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에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상선의 무장화'이다. 미군 공격으로 침몰된 이란의 드론전용 항공모함 '샤히드 바게리호'는 컨테이너선을 개조한 전투용 드론 플랫품 이었다. 중국도 컨테이너선을 드론 발사함으로 활용하는 작전을 실험하고 있다. 군함과 상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상선 건조 능력은 운송 주권을 넘어 해군력의 핵심 요소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상선 건조 능력은 전 세계의 0.2%에 불과하며, 400피트(약 122미터) 이상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도 8곳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의회는 미국 상선은 국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 개정을 논의 중이며, 군함의 국외 건조를 금지한 '반스-톨래프슨법'의 예외를 인정하는 '해군준비태세보장법(안)'을 발의했다. 법 개정을 통해 미 군함 건조에 동맹국의 참여가 가능해진다면 한미 조선협력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미 의회의 관련법 개정이 지연될 경우 한국 조선소의 참여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특히 매년 미국 의회가 제정하는 '국방수권법(NDAA)'은 동맹국에서의 군함 건조는 물론, 선체 블록 제작에도 국방예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보안상 중요도가 낮은 보급함 등 비전투 지원함의 예외 적용을 위한 협상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 내 조선소의 인수·설립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더라도 상업용 선박의 부가가치 창출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조선소 설립지역을 '해양번영구역(MPZ)'으로 지정하고 세제혜택, 무상임대 지원과 더불어 '해양안보신탁기금'으로 조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수십만 개의 조선 기자재 공급망을 동시에 재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체계적인 복원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숙련 인력의 절대적 부족이다. 실제로 미국 필리 조선소를 운영 중인 한화는 수입 부품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기술 인력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 양성에는 긴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한국 기술 인력의 비자 발급을 간소화하고 현지 고용의무를 완화해 인력난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장기적으로 한국의 조선기술과 선박 수주 기회가 미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러나 미국 조선산업이 재건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건조비용을 감안하면 특수선이나 군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박은 동맹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한미 조선협력 추진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르지만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동맹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은 물론 AI기반 스마트조선소, 자율운항 선박, 친환경·SMR 엔진 등 미래 조선산업을 선도할 핵심기술의 공동개발로 K-조선의 초격차를 확보할 수 있다. 국제질서 재편 속에서 한·미동맹을 가치와 기술 중심으로 격상시키는 전략적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의 조선재건 지원은 6·25 전쟁 당시 미군 3만 7천명의 희생 위에 세계 최빈국에서 강국이 된 한국이 기꺼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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