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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강민구] 세 번 이사한 맹자 어머니의 '커리어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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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흔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教)'를 자녀 교육 환경의 중요성으로만 이해한다. 이 고사가 수록된 전한 시대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가문의 핵심 동력으로서 여성의 지혜와 판단력을 강조한 일종의 '가정 경영 지침서'에 가깝다.

맹자 어머니(孟母)의 세 번 이사는 그저 주거지 이동이 아니라, 자녀가 어떤 '사회적 지위'와 '직업적 비전'을 가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치열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사 과정을 오늘날의 경제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면, 사양 산업을 버리고 미래의 유망 직업군을 찾아가는 '커리어 로드맵'의 변천사와 닮아 있다.

맹자의 첫 번째 거주지는 무덤 근처였으니, 이는 고대 유가(儒家)의 고유 업종인 장례업과 관련 있다. 장례는 가문 중심의 전통 사회에서 중요한 의례였으나, 점차 관례화되고 수익성이 고착된 사양 산업의 성격을 띠었다. 공자는 어릴 때 제사 지내는 놀이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이는 공자의 성인(聖人)다운 유년 시절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일화이다. 그러나 맹자의 시대에서는 유사한 행동이 자랑거리가 되기는커녕 어린아이가 해서는 안 될 짓으로 전락한 것이다.

맹모는 종래 삶의 터전을 과감히 버리고 시장으로 이사하였다. 그런데 맹자의 총명함은 장터 상인의 호객과 흥정 행위를 빠른 속도로 학습하는 데 쓰였다. 상인은 소득의 측면에서는 썩 괜찮은 신흥 직업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상인을 '소인(小人)'으로 규정하여 배척하였으며, 맹자 역시 상인을 '천한 장부'로 비하하였고, 그가 만들어낸 '농단(隴斷)'이라는 말에는 상업의 기원에 대한 그의 부정적 생각이 드러나 있다.

맹모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거주지는 학교 근처였고, 맹자는 글 읽는 학자들을 흉내 내다가 결국 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현명한 맹모가 처음부터 학교 근처에서 살지 않은 것을 볼 때, 학자는 당시 직업군에 온전히 진입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맹모의 직업관은 매우 미래 지향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가 유망 직업으로 인식된 것은 한나라 이후이다. 진나라의 가혹한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한나라가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채택하면서, 학문은 수양의 도구가 아닌 권력으로 가는 수단이 되었다. 특히 한나라 때 시행된 향거리선제(鄕擧里選制)는 지방의 인재를 학문적 소양과 덕망에 근거해 중앙 관료로 추천하는 제도로, 공부가 신분 상승과 직결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수·당 시대에 확립된 과거 제도는 시험과 학문의 결합을 공고히 하며, '공부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공식을 동아시아적 가치로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맹모가 겪었던 것보다 훨씬 급격한 직업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과거 학교가 가르치던 지식과 그것에 이어지는 직업의 선택 양태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작성한 '미래 직업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 데이터 입력, 회계 업무, 반복적인 법률 사무 지원 등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양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반면, 생성형 AI를 다루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데이터의 윤리적 사용을 관리하는 AI 윤리 전문가는 현재 가장 각광받는 신흥 직업군이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 전문가, 재생 에너지 기술자,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과 공감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직업군이 미래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이 땅의 학부모는 어디로 집을 옮겨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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