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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는 그 도시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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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어떻게 도시의 이미지가 될까? 사진: midjourney 제공
광고는 어떻게 도시의 이미지가 될까? 사진: midjourney 제공

미국 유학 시절, 뉴욕 타임스퀘어에 처음 섰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건물 전체를 뒤덮은 수십 개의 광고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나이키, 코카콜라, 애플, 삼성. 세계에서 가장 큰 브랜드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적으로 세련됐다. 광고들이 서로 경쟁하듯 빛나고 있었지만, 그 전체가 하나의 도시 풍경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뉴욕이 전 세계 상업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가 월스트리트 때문만은 아니겠구나. 타임스퀘어의 그 광고들 때문이기도 하겠구나.'

도시를 처음 방문한 여행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그 도시의 사람일까? 아니다. 그 도시의 광고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 지하철 역사 안, 번화한 거리의 건물 외벽. 광고는 도시가 방문자에게 건네는 첫인사다.

그 첫인사가 세련되고 명확하면 그 도시는 품격 있어 보인다. 반대로 첫인사가 과장되고 조잡하면, 아무리 훌륭한 건축물과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그 도시에서 받는 전체적인 인상은 흐릿해진다.

우리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 그 도시의 박물관보다 거리를 더 오래 기억한다. 그리고 그 거리를 채우고 있던 것은 대부분 광고였다.

반대의 경험도 있다.

어떤 도시의 골목을 걷다 보면 갑자기 시간이 멈춘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건물은 새로 지어졌는데 그 위에 붙은 광고는 과장된 문법으로 말하고 있다. 과장된 카피로 노인들을 속이는 광고, 지나치게 소비자를 위협해 구매를 강요하는 광고, 실물보다 훨씬 크게 보정된 음식 사진. 그 광고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도시 전체를 그 광고의 수준으로 평가하게 된다.

광고가 촌스러우면 도시가 촌스러워 보인다. 이것은 불공평하지만 사실이다. 그러니까 광고인이 더 잘해야 한다.

광고는 특정 제품을 파는 도구이기 이전에 그 도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감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뉴욕의 광고가 세련된 이유는 뉴욕에 세련된 광고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광고인들이 도시의 얼굴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뉴욕은 지금의 뉴욕이 되었다. 광고인이 도시를 만든다.

우리가 만드는 광고 한 편이 어딘가의 거리에 붙고, 그것이 수천 명의 눈앞에 놓이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도시 풍경을 만든다. 그 풍경이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한 사람의 첫인상이 되고,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된다.

이것이 인공지능의 물결이 거센 지금, 광고인이 더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세련된 얼굴을 가질 것인가? 호감가지 않는 얼굴을 가질 것인가? 광고인이 광고판에 거는 메시지로부터 그 도시의 이미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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