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어느 날, 문득 가장 익숙한 음식에 '사형 선고'를 내리고 싶어졌다. 장원태의 신간 수필집 '돼지국밥에 사형 선고를'는 이처럼 사소한 일상의 균열에서 출발해 오래 쌓인 시간의 결을 천천히 드러낸다.
37년간 공직에 몸담아온 저자는 문화예술 현장의 안팎을 오가며 겪은 경험을 52편의 짧은 글로 풀어냈다. 공연이 끝난 뒤의 적막, 전시가 열리기 전의 분주함,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우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화려한 결과 뒤에 가려진 시간을 담담하게 비춘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지만 끝에 이르러 슬며시 방향을 틀며 여운을 남긴다.
책은 특별한 사건보다 반복되는 일상에 주목한다. 버티는 일, 견디는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마음을 포착한다. 때로는 건조하게, 때로는 미묘한 온기를 머금은 채 이어지는 글들은 '잘 살아낸 하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제목의 도발적인 어감과 달리 책은 조용하고 단단하다. 익숙함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곳곳에 배어 있다. '돼지국밥에 사형 선고를'은 거창한 위로 대신 그저 곁에 앉아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24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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