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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기자의 한 페이지] 성주현 피키차일드컴퍼니 대표… "가치 있는 성장은 '같이' 성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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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현 피키차일드 컴퍼니 대표가 동인동 사무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성주현 피키차일드 컴퍼니 대표가 동인동 사무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대구 공평네거리 인근엔 동아식당이란 곳이 있다. 대구를 찾는 많은 여행자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문을 열기 전부터 수십 팀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외관도 눈길을 끈다. 식당 이전에 목공소였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동아목공'이란 간판도 그대로다. 식당이란 걸 알려주는 안내물이라곤 유리창에 붙여놓은 손바닥 만한 '동아식당' 글자가 전부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 식당의 목표는 대구의 정서를 담은 '로컬 음식점'이다. 이곳에선 국수, 김밥, 볶음밥, 비빔면 등 익숙한 음식을 경상도 지역 식재료로 새롭게 풀어내 계절 메뉴로 선보인다.

운영주체는 피키차일드컴퍼니란 회사다. 성주현(33) 대표를 포함한 5명의 또래 친구가 2016년 대구 봉산동에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키차일드다이닝'이 모태가 됐다. 이후 동아식당 외에도 한국식 돈가스를 선보이는 '컽렡', 우리밀 로컬빵집 '따따따' 등 다양한 F&B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지금은 대구를 대표할만한 로컬브랜드 상권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대구 동인동에서 하고 있다.

지난 9일 동인동 피키차일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성주현 대표는 로컬브랜드 상권 개발을 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가치 있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라며 "가치 있는 성장은 '같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래 친구 5명이 의기투합해 피키차일드컴퍼니란 회사를 만들었다. 20대 초반에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창업을 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를 다닐 때였다. 당시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뒷골목에 5년간 아이디어 번뜩이는 음식점 10여 곳을 열어 성공시킨 장진우라는 젊은 사업가가 저의 롤모델이었다. 2015년 무렵 영남대 앞에 그의 식당이 문을 열었다. 친구와 함께 장진우 씨의 싸인을 받으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둘 다 그 가게에 취업을 하게 됐다. 그 경험을 토대로 2016년 봉산동에 피키차일드다이닝을 열게 된 게 시작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장해보자는 마음으로 함께 일하던 이들과 피키차일드컴퍼니란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유치원을 함께 다녔던 배꼽친구이자 장진우 씨의 싸인을 함께 받으러 갔던 친구, 영남대 앞 식당에서 일하던 시절 직장 상사였던 형, 저의 초등학교 친구 등이 공동설립자다. 마지막에 합류한 친구는 피키차일드다이닝 오픈 멤버로, 일도 잘하고 결이 잘 맞아서 함께 일하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뭉친 다섯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찾다 보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피키차일드컴퍼니 멤버들. 피키차일드검퍼니 제공
피키차일드컴퍼니 멤버들. 피키차일드검퍼니 제공

-피키차일드다이닝은 잘 됐나.

▶그렇지 않았다. 뭘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힘든 시기를 좀 길게 겪으면서, 저희 기준에서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즈니스와는 다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차근차근 요리 공부도 더 하고 뭐 브랜딩 공부도 하면서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결과적으론 이런 부분들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만약 처음부터 기세 있게 올라왔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여러 브랜드를 마구잡이로 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저희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각자의 역할도 명확해져 갔다. 어떤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깊이가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저는 브랜드 기획 업무가 적성에 맞았다. 어떤 이는 공간 기획을, 또 다른 이는 메뉴 기획을 맡게 됐다. 그밖에 마케팅 기획이나 경영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식으로 자연스레 역할이 나눠졌다.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게 '로컬'인가.

▶그렇다.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에 깊이 빠져있을 무렵, 강릉의 '더웨이브컴퍼니' 대표님과 소통하면서 본격적으로 로컬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의 자식 같은 브랜드를 더 오래 건강하게 키우려는 고민의 답이 '지역 식자재를 이용해 만든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에 가면 한 번쯤 먹고 싶은 전주비빔밥처럼 말이다. 그 어떤 음식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지역적 특색이 강한 전주비빔밥 같은 음식. 대구와 경상도 이야기를 담은 식당인 동아식당은 그렇게 탄생했다. 2019년의 일이다.

지난 9일 동인동 피키차일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성주현 대표는
지난 9일 동인동 피키차일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성주현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뭉친 다섯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찾다 보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동아식당 메뉴로는 어떤 게 있나.

▶국수, 김밥, 볶음밥, 비빔면 등이 있다. 메뉴만 놓고 보자면 모두 익숙한 것이지만, 익숙한 것을 조금은 새롭게 바라보며 경상도에서 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계절별로 대표 메뉴를 달리하고 있다.

고등어소면엔 경남 통영의 고등어를 올리고, 포항 죽장면에서 생산된 된장으로 된장비빔면을,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서 3대째 방앗간을 이어오고 있는 생산자로부터 받은 들기름을 활용해 들기름비빔면을 내는 식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계란김밥엔 건강한 달걀로 이름난 달성군 현풍면 경북농장 계란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이런 식으로 직접 식재료를 발굴하고 생산자들을 인터뷰해 이 같은 소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메뉴판에 담고 있다. 이런 노력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100명 중 한두 명밖에 안되더라도 이런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코로나 시기 진행했던 피키차일드컴퍼니의 전시 및 공연 기획 브랜드 '쉐드 뉴 라이트'도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구에 살면서 문화적 갈증을 많이 느꼈다. 대구에 재미있는 문화 콘텐츠가 왜 없는지 늘 아쉬웠다. 쉐드 뉴 라이트는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론칭한 브랜드다. 아무래도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적지 않나.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직접 나서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F&B 브랜드에서 창출한 수익으로 운영해왔는데, 지금은 비용 부담과 기존 사업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중단한 상태다.

2021년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기획했던 '움트다'라는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땅'이라는 극에서 출발해 '나물'이 중심인 식사로 이어지는 공연이었다. 아쉽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규제가 심해져 식사는 같이 하지 못했지만, 배우와 관객이 보여준 열정을 보며 저희도 크게 감동했다. 극에 연결된 메뉴를 기획하는 일도 무척 재미있었다.

성주현 피키차일드 컴퍼니 대표가 동인동 사무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성주현 피키차일드 컴퍼니 대표가 동인동 사무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금은 동인동에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로컬브랜드 상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저희 회사의 목표는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를 만드는 거다. '대전'이라고 하면 '성심당'이 떠오르듯 '대구' 하면 떠오르는 F&B 브랜드 말이다. 당연히 저희 사업을 열심히 해서 돈도 많이 벌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인동 상권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건 보다 가치 있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다. 가치 있는 성장은 '같이' 성장하는 거라는 게 저희 멤버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동인동 상권을 개발은 기존 부동산 디벨로퍼가 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뜻이 맞는 이들이 함께 이곳에서 오래도록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예를 들자면 저희들 입장에선 '로컬브랜드 상권'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옆에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온다거나 잘 운영되고 있는 매장이 건물주에 의해 쫓겨나고 어울리지 않는 가게가 들어선다면 동네 분위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존 매장 운영자 입장에선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게 싫어서 뜻에 공감하는 이들과 함께 우리끼리 오래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보자고 해서 선택한 곳이 동인동이다. 펀드를 통해 몇몇 건물을 매입하고 빈 점포에 뜻이 맞는 지인들을 입점시켜 특색 있는 상권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30개 정도 업체가 들어와 있다. 대구시민은 물론,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로컬브랜드 상권을 만드는 게 목표다.

-왜 대구인가.

▶'왜 서울에 매장을 안 내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대구는 제가 태어나고 자랐고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곳이다. 부모님, 형제, 친척, 친구 그리고 동료까지도 대구에 있다. 이 도시에서 할 일도 있다. 그래선지 대구가 제 삶의 터전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일적으로도 대구는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도시이기에 저희가 만드는 브랜드와 제품에 당연히 지역성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온 분이 갑자기 대구의 시장성을 분석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대구에 살면서 느낀 생각을 자연스레 녹여냈으니 진짜 로컬 콘텐츠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대구의 로컬 문화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씨앗을 뿌리고 잘 가꾸는 것,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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