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I·도파민 중독·효율…10쪽 안팎 단편 19편으로 읽는 '지금의 한국'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책] 2026 소설, 한국을 말하다
성해나·김기태 외 17명 지음/은행나무출판사 펴냄

매일같이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콘텐츠 소비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지면서 근래에는 짧고 강한 호흡의 콘텐츠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분량이 짧은 형식이라고 해서 곧 쉬운 형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한된 분량 안에서 메시지와 서사를 압축해야 하는 만큼 더 높은 밀도의 창작을 요구한다. 숏폼 콘텐츠가, 광고 속 카피 한 줄이 그렇듯 말이다.

소설 관련 일러스트. 클립아트 코리아
'2026 소설, 한국을 말하다' 책 표지

기사가 아닌 단편 소설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찰하며 큰 호응을 얻었던 문화일보 연재 기획 '소설, 한국을 말하다'가 올해 더 첨예하고 동시대성을 지닌 주제들로 돌아왔다. 이번 신간에는 한국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소설가를 비롯해 학자, 번역가 등 다양하게 구성된 작가 19인이 시의적인 키워드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모습을 담아냈다.

한 편당 10페이지를 넘지 않는 작품들은 각각 인공지능(AI), 갓생, 계엄, 노벨문학상 등 오늘날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키워드를 내세우며, 그 속에서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가치와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짧고 강한 호흡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에 도달하게 된다.

1부는 '갓생', '인공지능', '효율', '도파민 중독', '배달음식' 과 같은 키워드의 지극히 개개인의 삶에 집중한 소설들로 구성돼있다. '갓생'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세태를 드러내거나, 죽음마저 콘텐츠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에게 경각심을 깨우는 이야기, '탈덕'(푹 빠져서 좋아하던 것을 그만 두는 것)하지 않았지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도 없는 사랑을 하는 인물 등이 있다.

특히 김기태의 '진취적 시민을 위한 15분 읽기'는 짧은 단편소설을 읽기에도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아예 작가가 직접 소설의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파격적인 형식을 취한 작품이다. 처음 보는 낯선 시도임에도 몰입감 있게 읽히며, 독특한 재미와 함께 휴식이 곧 죄처럼 느껴지는 한국 사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인공지능(AI)을 다룬 이야기들도 눈에 띈다. 성해나의 '#유령'은 인공지능이 돌봄과 감정까지 관여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정보는 과잉되고 온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관계의 풍경이 다가올 현실의 단면처럼 느껴져 섬찟함을 남긴다.

소설 관련 일러스트. 클립아트 코리아
소설 관련 일러스트. 클립아트 코리아

2부는 '입시', '퇴사', '금쪽이' 등의 키워드를 통해 가족 단위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본 작품들을 묶었다.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고시와 같은 시험을 치르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7세 고시'로 불리는 조기 사교육 현실과, 입시 당사자인 고등학생보다 더 바쁘게 살아야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이와 함께 하지만, 또는 그럴 수 없어서 행복하지 못한 가족의 모습부터, 서로를 지지하는 다정한 관계까지 대비적으로 교차하며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지닌 의미와 함께 아이러니를 함께 짚어낸다.

마지막 3부는 조금 더 사회적인 문제로 들어간다. 2024년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번역가의 삶을 조명한 안톤 허의 '영어 생활'을 비롯해 재작년 벌어졌던 계엄을 되돌아보는 작품, 이후 대선을 통해 한국의 고착된 이념 갈등을 짚어낸 이야기는 날카로운 시대감각을 느끼게 한다. 정대건의 '불안' 속 믿었던 집주인에게 '전세 사기'를 당할 뻔한 신혼부부의 모습에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실재하는 문제들이 담겨 있다.

동시대의 이야기가 보도가 아닌 소설의 형식으로 전달된다는 점은, 책의 '기획의 말' 처럼 "짓고 지어지고, 부수고 부서지기를 무수히 반복할 인간사에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문학의 효용과 인간의 쓸모를 되묻게 되는 시대 속에서, 문학이야말로 '가장 밀도 높고 쉽게 휘발되지 않는 뉴스'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닿게 될 것이다. 216쪽, 1만6천800원.

소설 관련 일러스트. 클립아트 코리아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 처벌 남발 발언에 대해 전과 4범 물타기와 국민 모욕이라며 비판하고, 장동혁 대표는 미국 방문 중 당내 비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장녀 A씨의 불법 전입 신고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는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영향을 미칠 ...
서울 노원구에서 복권을 구매한 한 시민이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의 꿈을 꾼 후 연금복권 1등과 2등에 동시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다. 한편, 광...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