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교통수단이기도 하면서 운동 도구가 된다. 이 특성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상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 있는 '겁쟁이 페달'이라는 자전거 가게에 모이는 '대구겁쟁이페달' 회원들은 이 상상을 실제로 옮기고 있다. 작은 동네 자전거 가게지만 여기에 동네 사람들이 모이고, 다른 동네 사람들까지 모이면서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심지어는 일본까지 가서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 동네에서 운동 삼아 타기 시작한 사람들의 행동반경이 점점 커진 것.
◆아지트가 된 가게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겁쟁이'라는 단어와 자전거의 이미지가 딱 붙는 느낌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이름은 '겁쟁이 페달'의 사장이자 '대구겁쟁이페달'의 대장인 윤원진(45) 씨가 붙였다. 그래서 물어봤다. 하필 왜 '겁쟁이 페달'인가요?
"같은 이름의 일본 만화가 있어요. 고등학교 자전거부를 소재로 한 만화인데요, 5년 전 자전거 기술을 배우면서 '가게를 차리면 이름을 뭘로 할까?' 하면서 고민할 때 접한 만화였어요. '○○자전거', '○○바이크숍' 이러면 특색이 없어 보여서 한 번 들으면 기억에 남을 만한 이름을 찾다 보니 만화 제목을 그대로 들고 왔죠."
윤 대장은 자동차 영업이나 다른 자영업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자전거에 빠졌다. 그러면서 제대로 기술을 배우자는 마음에 서울에 가서 기술을 배웠다. 처음에는 크게 일을 벌일 생각도 아니었고 '자전거 타면서 굶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연 가게였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혹은 누군가의 소개로 자전거를 사 간 손님들은 윤 씨의 친절함과 자전거에 대한 해박함에 놀랐다. 여기에 빠져나오지 못한 손님들이 윤 씨를 대장 삼아 자전거 라이딩을 배우고 전국을 누비며 페달을 밟았다.
가게는 자연스럽게 '대구겁쟁이페달' 사람들이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자전거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아지트가 됐다. 지난달 28, 29일 일본 간사이 지역을 자전거로 달리는 여행 관련 계획도 2주 전 가게에 모여 짰다. 멀리서 보면 마치 동네 주민들이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담소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 가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고생은 순간, 추억은 영원
'대구겁쟁이페달' 사람들은 이름과 달리 페달을 밟고 겁없이 전국을 돌아다닌다. 어디에 꽃이 핀다고 하면 그 곳으로, 단풍이 진다 하면 그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반경 200㎞ 안쪽 지역은 바로 자전거 타고 갔다 온다고. 물론 자전거로만 닿기 힘든 곳은 차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자전거로 이동한다.
이들에게 가장 인상에 남았던 여행 순간은 결국 자전거를 타고 고생을 이겨내는 과정을 겪은 순간이었다.
"작년엔가 갔던 봉화 라이딩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자전거 바퀴를 굴리면서 간 기억보다 들고 지고 갔던 기억이 더 많았네요. 거기에 같이 라이딩하던 회원 분들 절반 가까이가 벌에 쏘이고 길 잘못 들어서 119 구급대 전화까지 하고…. 무사히 복귀하기는 했지만 가장 고생했던 라이딩으로 회원들이 이야기하죠."('대구겁쟁이페달' 회원·윤원진 대장의 아내 박덕희 씨)
"재작년에 부산까지 자전거로 라이딩 할 때도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회원들 중에 바퀴에 바람 빠진 게 한 열댓 명은 됐을 겁니다.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도 내리면서 더 힘들었죠.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 안 하고 라이딩을 끝마쳤던 기억이 나네요."('대구겁쟁이페달' 회원 이경일 씨)
라이딩 뒤에 오는 성취감, 그리고 새로운 곳을 즐기는 재미는 덤이다. 첫 해외 라이딩이었던 대마도 여행은 회원들 기억에 너무 신났던 경험으로 남아있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라이딩 코스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제가 코스를 짜고 사람들을 데리고 다녀야 하니 쉽지 않더라고요. 일본어도 잘 못하는데다 코로나19 이후에 일부 코스가 사라졌다 하더라고요. 다시 계획을 짜야 하는데 다행이 여러 군데서 도움을 받아서 잘 갔다왔지요."(윤원진 대장)
"그 때 잡은 숙소가 낚시꾼들이 많이 오는 숙소래요. 그래서 그날 생선회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어요. 숙소 주인장에게 '자전거 라이딩 하러 왔다'고 하니 그걸 들은 낚시꾼들이 대단하다며 같이 회를 나눠먹자고 했거든요. 거기에 삼겹살도 구워먹으면서 재미있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박덕희 씨)
◆겁없이 도로를 달리는 이유
비록 이들이 처음부터 체력이 좋고 자전거를 잘 타서 전국을 자전거로 다닌 건 아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분위기에 힘들어도 자전거를 타게 된다고 말한다.
"처음 나갔을 때 장거리로 자전거 타는 기술도 없고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몰라서 헤맸는데 대장님이 저를 1년을 밀어주시더라고요. 오죽하면 '등에 손바닥 표시가 났다'고 말할 정도로 밀어주셨어요. 그리고 자주 넘어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 분, 다음에는 안 나오실 것 같다'고 그랬대요. 그런데 제가 계속 나온 거죠. 그 때는 뭣도 모르고 했는데, 여기 사람들이 다 친절하게 밀어주시고 당겨주시고 한 덕분에 자전거가 너무 재미있어졌어요."('대구겁쟁이페달' 회원 문인숙 씨)
'겁쟁이 페달' 회원들은 주중에 각자의 생업을 하며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자전거 페달을 밟고 겁없이 도로를 달린다. 이들을 겁이 없게 만드는 건 결국 자전거가 주는 에너지 덕분이란다.
"자전거를 타면 내가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들면서 한 주 동안 업무가 줬던 스트레스가 페달을 밟으면서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 에너지가 제게는 다음 한 주를 살아가는 큰 힘이 되죠."('대구겁쟁이페달' 회원 박현식 씨)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득 차 있다보면 일요일 라이딩 하는 시간만 기다리는 거죠. 자전거 타다 보면 그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요. 내가 좀 마음에 담아뒀던, 욕하고 싶던 것들이 머리 밖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일하다가도 '돌아오는 일요일은 자전거 탈 수 있어, 조금만 참으면 돼'라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줘요, 자전거가."(문인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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