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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김혜령] 큰 공연은 많아졌지만, 음악은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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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러시아에 머물고 있을 때, 나는 거의 매일 저녁 음악회를 찾았다. 콘서바토리 학생들의 연주, 소규모 살롱과 박물관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들. 대부분은 무료였고, 특별한 날이 아니라 하루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곳에는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음악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바라보곤 했다. 지금 이 감동이 혼자만의 것이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연주가 끝나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제각각이던 박수가, 어느 순간 하나의 리듬으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짝. 사람들은 그것을 '소련 스타일 박수'라고 불렀다. 누가 시작한 것도 아닌데,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같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박수는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그날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증거였다.

그 차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서는 음악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이었고, 감동은 개인의 순간에 머물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닿았다.

지금 우리의 공연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설은 좋아졌고, 프로그램은 늘어났으며,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연주에 깊이 감동한다. 그러나 공연은 계속 만들어지지만 반복되지 않고, 하나의 경험은 또 다른 기회로 연결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지역 음악가들이 꾸준히 설 수 있는 무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의 공연은 또 다른 공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경험은 축적되기보다 흩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연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큰 공연장의 기획 공연에 출연하는 것만이 아닌, 지역 음악가들이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공연은 더 이상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축적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단발적인 무대가 아니라, 같은 연주자가 다시 서고 또 다른 연주자로 이어지는 흐름이 필요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리고, 지역 연주자와 학생,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무대를 나누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공연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관 절차와 행정은 지금보다 훨씬 단순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지역 음악가들에게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지자체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그 박수를 기억한다. '소련 스타일 박수'. 그 단순한 리듬 속에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담겨 있었다. 예술은 혼자 느낄 때가 아니라, 함께 같은 속도로 반응할 때 완성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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