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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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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준 서울정치부장

유광준 서울정치부장
유광준 서울정치부장

한민족(韓民族)에게 국적(國籍)은 아주 특별한 의미다.

고조선 이래 반만년 동안 수백 차례 크고 작은 외세(外勢)의 침입을 이겨내며 강토(疆土)를 지켜왔기 때문이리라.

특히 불과 100년 전이 국권(國權)을 빼앗긴 설움에 울분을 토하던 일제강점기라는 점을 환기하면 우리 국민에게 '대한민국(大韓民國)'은 눈물겨운 단어다.

실제로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들 그리고 파월(派越) 장병들에게 모국(母國)의 존재는 한계에 다다른 육체적 고단함과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두려움을 잊게 하는 '진통제'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른바 '딴따라' 한 명이 지난 2002년 병역(兵役)을 기피하려고 국적을 포기했다가 24년 동안 다시 이 나라 땅을 밟지 못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당시 온 국민이 애국심을 분출하는 구호로 사용하면서 더 이상 한(恨) 서린 의미만은 아니게 됐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는 우리 국민의 가슴을 웅장(雄壯)하게 만든다.

조국(祖國)만큼이나 대한국민을 뭉클하게 하는 단어가 또 있다. 부모님의 헌신이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로 시작하는 '어버이 은혜' 노래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을 삼키는 이들이 많다.

미국의 명문 대학 졸업식에서 한국계(한국인) 학생은 대부분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은 부모의 뒷바라지'를 언급하고 효도를 약속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호령하는 한국 선수들도 각종 대회에서 우승이 확정되면 가장 먼저 부모를 찾고 뭐가 그리 서러운지 얼싸안고 펑펑 운다.

세상 어느 부모의 자식 사랑이 우리네만 못하랴 마는 한국민의 내리사랑은 너무나 각별하고 유명하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일이다. 현지 일정을 안내해주던 가이드와 친해졌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대기업에 취업한 후 싱가포르로 파견을 왔고 현지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분이 지난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했다.

당연히 '왜?'라고 물었다. "내가 어느 나라 국적을 갖는 게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가 될지 고려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녀 앞길에 도움이 된다면 국적도 포기할 수 있는 이가 한국의 어머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는 곳'으로 주거지를 옮긴다. 주로 교육여건을 많이 따진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더 이상 특정 학부모의 극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아니다. 멀쩡한 자기 집을 나와 좋은 학군지의 전셋집을 구하는 지인들이 너무 많다. 불법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니 뭐라 할 수도 없다.

지역이 소멸위기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더 이상 지역을 떠나지 않게 하거나 지역으로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게 하는 처방도 같은 맥락에서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대구와 경북은 우리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땅인가?

거주지는 경합을 한다. 그래서 '대구경북은 ○○(타시도)보다 우리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가?'라고 묻기도 해야 한다.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발전을 위한 복안이 있다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부탁한다.

'우리 지역을 여러분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하는 후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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